[르포] “가난·차별을 없애고 인권을 보장하자”… ‘세계 빈곤퇴치의 날’ 다양한 행사

입력 2014-10-18 02:52
국내 57개 시민단체가 모인 빈곤사회연대 회원들이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대학로까지 ‘빈곤 철폐’를 주장하며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 철거민·노점상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병주 기자

“가난과 차별 때문에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합니다.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제대로 된 복지를 요구합니다.”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장애인, 노점상, 철거민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가 서울시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들은 ‘1대 99의 사회’로 대변되는 불평등 사회를 고발하고 복지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57개 단체 100여명(경찰 추산)으로 구성된 빈곤사회연대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까지 ‘빈곤철폐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들은 1시간 동안 행진하며 “장애인 부양의무제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노인빈곤 해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외대 3학년 이모(22)씨는 “대학 등록금 문제도 빈곤의 문제라는 생각에 참가하게 됐다”며 “장애인, 비정규직, 철거민 등 여러 계층이 고통받고 있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마로니에공원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만민공동회를 열고 장애인 등급제 폐지, 노인 빈곤층을 위한 기초연금제도 개선 등에 관해 토론했다. 세대별 노조인 노년유니언의 김병국 부위원장은 “노인복지 확대를 위해 국회서 토론도 하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늙은이가 힘이 없어서인지 잘 안 된다”며 “앞으로 여러분들이 많이 밀어달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최로 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 등의 차별을 없애고 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2014 노란들판의 꿈’ 행사도 마련됐다. ‘사람에게 가는 길’이라는 표어 아래 퀴즈를 통해 빈곤지수를 알아보는 코너도 선보였다. 오후 5시30분부터는 인권 연극제 개막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꿈과 끼를 펼치는 ‘쇼미더노들’ 등의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서울 신촌에서는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주최로 대형 룰렛 게임 등을 통해 전 세계 빈곤아동의 실태와 지원 필요성을 알리는 비 커넥트(B°CONNECT) 캠페인이 열렸다. 재단 관계자는 “전 세계 65억 인구 가운데 12억명이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 중 30%는 13세 이하의 어린이”라며 “심각성을 알고 나눔을 통해 빈곤 확산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빈곤퇴치의 날은 빈곤·기아의 근절과 이를 위한 국제적인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1992년 유엔이 제정했다. 우리나라 장애인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38.9%이며 노인빈곤율은 4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4%)의 4배에 달한다.

전수민 양민철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