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17일 정규리그를 마치고 하이라이트인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실패한 구단 감독들은 차디찬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탈락 감독들의 잔혹사가 시작됐다.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56) 감독은 17일 LG 트윈스와의 시즌 최종전을 마치고 자진사퇴했다. 임기가 1년 남았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 감독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올 시즌을 맞았지만 내홍을 빚은 끝에 자진사퇴 수순을 밟았다. 지난 5월에는 선수들의 항명 파동으로 권두조 수석코치가 물러났다. 4위 싸움이 절정에 달하던 8월에는 프런트와 김 감독이 마찰을 일으켰다. 프런트는 김 감독에게 코치 4명에 대한 경질을 요구했고, 김 감독은 이에 맞서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 감독은 팀이 어려운 시기에 위기관리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현장 책임자로서 팬들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했다”면서 “승부의 세계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두산 베어스 송일수(64) 감독은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정확히 1년 만에 4강에서 탈락했다. 시즌 중 송 감독은 번트 등의 작전과 선수 기용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두산에선 최근까지 송 감독이 취임한 지 1년 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한 시즌 더 믿고 맡기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16일 SK 와이번스전이 송 감독 재신임의 발목을 잡고 있다. 5-0으로 앞서던 경기 중반 갑자기 잘 던지던 투수를 마운드에서 내렸고, 야수와 타자도 모두 2진급으로 교체한 끝에 대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져주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장마저 “팬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수들은 그렇게 했지만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공개비난했다.
KIA 타이거즈의 선동열(51)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을 위기에 처했다. 불과 3년 전 KIA 사령탑에 취임할 때만 해도 선 감독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KIA의 전신인 해태의 레전드 출신인데다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취임 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선 감독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선 감독의 스승인 한화 이글스 김응용(73) 감독도 제자와 같은 처지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한화는 2년 전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에 빛나는 우승 청부사 김 감독을 모셔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무려 137억원을 들여 자유계약선수인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성적은 2년 연속 최하위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은 재계약에 대해 마음을 비운 상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2014년도 가을야구 실패 감독들 ‘잔혹사’ 시작됐다
입력 2014-10-18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