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막을 내린 인천아시안게임이 부실운영 논란에 휩싸이면서 3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유치 확정 후 조직위원회는 중앙정부와 강원도의 갈등, 경기장 설계 변경 등 여러 문제로 수년간 허송세월했다. 같은 해 9월 착공하려던 경포아이스홀 피겨, 쇼트트랙스케이팅경기장은 2년 9개월이 흐른 뒤인 지난 6월 착공했다. 알파인스키장은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설계 변경 끝에 지난 3월 조용히 공사를 시작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올림픽 개막 1년을 앞둔 시점인 2017년 1월 완공 시점을 내걸었지만 공사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통상 올림픽 개최 1년을 앞두고 시설과 운영 점검을 위한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장 건립에 남아있는 시간은 없는 셈이다.
◇시간에 쫓기는 경기장 건설=개·폐회식이 열리는 메인스타디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준비가 얼마나 소홀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강원도는 올림픽 호스트 도시인 평창에 메인스타디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정부는 사후 활용의 난점을 들어 인구가 많은 강릉에 지어야 입장이었다. 상주 인구가 4000명에 불과한 평창군 횡계리에 4만명 수용 규모의 메인스타디움이 들어선다면 향후 유지 관리 및 활용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평창 주민들은 ‘올림픽 반납’ 등을 내걸고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횡계리에 개·폐회식장을 건립하기로 최종 결론이 났다. 지난 13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양호 조직위원장,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참석한 ‘제2차 올림픽 조정협의회’ 결과였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사용될 경기장 13곳 가운데 새로 짓는 곳은 모두 6곳이다. 유치위원회 시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유치신청서를 전달할 때 “2013년 9월 착공하는 남자 아이스하키경기장을 끝으로 모든 경기장 착공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사는 지난 6월에야 착공했다.
6개 경기장 중 가장 먼저 공사에 들어간 곳은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다. 지난 3월 착공했다. 유치당시 2012년 8월에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나머지 경기장도 비슷하다. 설계변경 등으로 예정보다 공사가 1년 이상 늦어지면서 지난 6월에야 일제히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사후 활용을 고려한 문체부의 재설계가 요청으로 설계도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설계도 제작 기간과 건설사 입찰 기간이 각각 6개월과 3개월, 공사기간이 27개월 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1월 완공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지난 13일 조정협의회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해서라도 공기를 단축하자고 합의했다. 수의계약을 했을 경우 훗날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조직위원회 실무진은 없다.
◇삐걱거리는 조직위원회=이미 조직위는 많은 시간을 잃었다. 그 사이 김진선 위원장이 떠났고, 실무를 총괄했던 문동후 부위원장도 타의에 의해 밀려났다. 중앙정부와 강원도의 공무원, 대한체육회와 민간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조직위는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조직위내 헤게모니 쟁탈전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였다. 최근 조양호 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진그룹에서 30명이 가세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조직위원회에서 공무원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그들은 임시 파견직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출신은 1년, 강원도 공무원은 2년이 되면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한다. 업무를 익힐만 하면 교체되기 때문에 공무원의 전문성이 가장 낮다. 그들은 파견 기간 인사와 성과급에서 홀대를 받기 때문에 조직위 파견을 싫어한다.
안전행정부는 파견공무원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조직위에서 장기간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상하고 있지만 파격적인 조치가 없는 한 조직위는 늘 2등 조직일 수밖에 없다.
조양호 조직위원장은 취임 직후 조직위 간부들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강원도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당장 조직을 떠나라”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조직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평창동계올림픽이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어떻게 돼가나
입력 2014-10-20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