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국정감사 때도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지적했는데, 징계가 너무 약합니다.”
“의원님, 시행령은 금융위원회의 소관사항입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질의 도중 머쓱해졌다. 지적할 대상을 잘못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답변에 “아, 그런가요? 그건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질의를 끝냈다.
“국정감사에 나오면서 이 정도로 준비가 부실했느냐”는 호통을 입에 달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때로 갈피를 못 잡긴 매한가지다. 피감기관의 호칭부터 혼란스럽다. 정무위원장으로서 국감을 주재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조차 ‘금융감독원’을 줄곧 ‘은행감독원’이라고 부르다 주변의 안내에 고쳐 말할 정도였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금감위원장’으로 부르는 정무위원들이 있었다. 은행감독원은 1999년 금감원으로, 금융감독위원회는 2008년 금융위로 각각 통합·변경됐다.
‘호통 국감’ ‘보여주기 국감’이라는 말은 올 국감철에도 유행하고 있다. 듣고 싶은 답을 정해놓고 참회의 발언만을 강요하는 일부 의원들의 태도 때문이다. 이에 시간제약 없이 반론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금감원 최종구 수석부원장의 경우 발언대 앞으로 수십 차례 걸어나왔지만 사실상 ‘예’ ‘아니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그가 “의원님, 발언시간을 주시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하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의원들의 대답은 “됐습니다. 들어가세요” 아니면 “질의는 내가 합니다”였다.
국감의 진정성은 국회의원들을 둘러싼 ‘갑질’ 추문에서도 망가진다. 금융 당국 관계자들은 과거 한 정무위원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사적 ‘민원’을 하느라 자신의 질의시간이 아니면 피감기관 핵심 인사와 장시간 자리를 비우곤 했다고 전한다. 이번에도 국감 증인 신청을 협박하다시피 해 뒷거래를 꾀한 의원이 있다는 소문이 대관(對官) 업무자들 틈에 들린다. 소문에 그쳐야 할 일이다.
이경원 경제부 기자 neosarim@kmib.co.kr
[현장기자-이경원] 피감기관 호칭도 모른 채 호통만 치는 의원님들
입력 2014-10-18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