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민 암 발병-원전 상관관계 첫 인정

입력 2014-10-18 02:52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이 갑상샘암에 걸린 것에 대해 원전 측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주민의 암 발병과 원전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다. 정부의 원전 운영에 대한 책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재판장 최호식 부장판사)는 “부산 기장군에 사는 박모(48·여)씨의 갑상샘암 발병에 원전의 책임이 일부 인정된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은 박씨에게 1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갑상샘암의 경우 원전 주변의 발병률이 높고, 갑상샘과 방사능 노출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논문 등이 발표됐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박씨는 2012년 7월 직장암에 걸린 남편 이모(50)씨와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22), 위암 판정을 받은 친정어머니(72)의 질병이 고리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과 연관이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당시 “최근 핵발전소 주변 지역(5㎞)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갑상샘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2.5배 높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씨와 그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질병이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이들은 기장군 장안읍과 일광면 등 고리원전 반경 5㎞ 안에서 살았다.

박씨의 변호인은 “그동안 한수원 근무자의 발병에 대해 한수원의 책임을 따지는 판결은 있었지만 일반 주민들의 소송에서 한수원의 책임을 인정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향후 원전과 질병의 상관관계 파악이나 피해소송에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