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변기·큰 바지·물고기·술병·엽전… “베이징에 기괴한 건축물 더는 안된다”

입력 2014-10-18 03:15 수정 2014-10-18 14:46
중국 각지에는 기괴한 형상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급기야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서 지난 15일 “더 이상 기괴한 건축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쑤성 타이후의 '변기' 모양 건물. 텅쉰망
베이징의 '큰 바지' 모양 건물.
베이징의 '물고기' 모양 건물.
“베이징에 앞으로 ‘큰 바지’ 같은 괴상망측한 건축물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기괴한 건축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초청해 2시간여 동안 주재한 문예 업무 좌담회 말미에 한 말이다. 인민일보가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웨이신(위챗)을 통해 전하면서 17일 알려졌다.

시 주석이 언급한 ‘큰 팬티’는 관영 CCTV 사옥으로 베이징 시민들 사이에서 불리는 속칭이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해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 완공된 이후 실용적이지 못하면서 기괴한 건물의 대명사가 됐다. 과거 베이징의 건물들은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했지만 경제발전 이후 부동산 건축 붐이 일면서 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실험장’이 됐다. 대부분 기괴한 건물의 소유주는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들이다. 시 주석 발언을 보도한 인민일보의 신사옥도 ‘남성의 성기’를 닮았다고 해서 지난해 네티즌들 사이에 조롱의 대상이 됐다. 후베이성 이창의 ‘술병’ 모양의 건물을 비롯해 장쑤성 타이후의 ‘변기’, 랴오닝성 선양의 ‘엽전’, 허베이성 옌자오의 ‘고대 인형’ 등 꼴불견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엽전 모양의 선양 건물은 2012년 미국 CNN이 뽑은 “가장 추한 세계 10대 건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환영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시나웨이보에 “시 주석은 건축가들이 아니라 건물주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부도덕한 건물주들의 고삐를 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예술가들의 창의적 상상력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 주석은 좌담회에서 “좋은 문학, 예술작품은 사회공헌을 먼저 생각한다. 문화예술은 시장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1942년 “문예는 인민과 사회주의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규정한 마오쩌둥의 ‘옌안문예강화’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마오쩌둥은 문예강화 이후 대대적인 정풍운동을 일으켜 우파세력을 숙청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