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8년째 연애를 하고 있다. 상대는 책. 뭐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단지….
일단 책은 시크하고 쿨하다.
“사실 때때로 고기를 못 잡는다-아무리 준비가 완벽해도, 아무리 낚시 솜씨가 좋아도, 아무리 어떻더라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낚시꾼들은 낚시를 한다. 그래도 괜찮았다. 내일 잡으면 되니까.”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의 한 구절이다. “오늘 못 잡으면 내일 잡으면 된다!” 얼마나 쿨한가.
책은 경이롭다. 원시 인류의 진화부터 현대 유전학의 발전까지 인류 문명사를 한 권에 정리한 ‘인간 등정의 발자취’를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예술, 문학, 종교, 기술, 건축 등 문화적 진화 일반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자연을 이해하고 그것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도전정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은 재미있기도 하다. 과학적으로는 이론이 좀 있지만, 레밍이라고 주기적으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나그네쥐가 있다. 근데 이 레밍 중 한 마리가 “왜 우리 모두 절벽을 뛰어내려야 하지?”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선 레밍 이야기는 어떨까? 학습우화 ‘레밍 딜레마’ 이야기다.
무엇보다 책은 이롭다. 책을 통한 지식 습득이 거의 유일한 출세길이었던 때는 지났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책 읽기는 요즘 어느 분야에서나 화두가 되는 ‘차별화’, 곧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다. 모두들 책 대신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얻는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정보로 만족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도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것은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거나(‘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 찰스 다윈부터 제레미 리프킨까지 우리 시대 과학 고전을 일러주는 책(‘다윈의 서재’)은 신선하고 유용하다.
이래서 나는 오늘도 책이라는 애인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연애하고 있다. 이런 애인 말고 인생에 뭐가 더 필요한가?
김인호 대표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출판사 한마디] 바다출판사
입력 2014-10-20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