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무실의 소수 거대 종단(종교)에 대한 집중적 재정지원은 정치 원리에 의한 ‘정종유착(政宗癒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종교사회학자인 서울대 유광석(45) 박사는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의 지난 3년간 예산현황(표 참조)을 언급하며 종무실의 예산집행이 극단적으로 소수의 거대 종단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 박사는 특히 “국민적 합의가 없이 개별 종교의 행사와 시설 건립에 국가 재정을 수백억원씩 지원하는 종무실의 예산편성과 집행은 헌법의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이런 형태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편향된 예산편성은 정치와 종교의 유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종유착 현상이 계속되면 경쟁과 효율성에 의존하는 종교시장의 질서를 국가 스스로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결 방안으로 “소수 거대 종교단체에 대한 직접 지원을 줄이고 수요자(신자) 중심의 종교정보화 연구와 조사를 지원할 수 있는 종교정보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교정보시스템은 최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중요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이단이나 각종 종교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종교적 재난을 막거나 적어도 피해와 혼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종교적 재난은 종교와 관련한 예기치 못한 대량의 인적 및 물적 손실을 뜻한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년 펴낸 ‘한국의 종교현황’을 보면 2002년과 2008년 구원파 관련 통계에서 2008년 전체 신도 수는 1만4000여명, 교회는 15개가 증가한 반면, 교직자 수는 오히려 4분의 1로 크게 감소하고 여성 교직자 수는 갑자기 ‘0’이 됐다. “이런 자료가 정부에서 제공하는 구원파 정보의 전부라면 심각한 종교행정적 재난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유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전국 단위의 종교 전수조사를 건국 이래 단 한 차례도 실시한 적이 없다”며 “뒤늦게 1985년부터 인구센서스에 소속 종교를 묻는 설문 항목이 들어갔지만 이마저 10년마다 실시하는 등 낙후된 종교정보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참고하는 교단별 간행 자료나 연감은 교세가 과장된 개별 종교단체의 현황만을 반영한 조사 자료일 뿐, 조사방법의 객관성과 통일성이 부족하다. 정부가 발표한 2010년 한국의 종교인구가 전체 인구수보다 2200만명이나 많은 6990만명인 점은 정부의 종교정보가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교단들의 신도 수 과장 보고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한국 종교정책을 총괄하는 문체부의 공식 현황에서조차 이런 심각한 오류와 불신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이 그동안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세상을 인도해야 할 국내 종교지도자들이 오히려 많은 비난을 받는 현실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 종교가 더 타락했다고 볼 수 없다”며 “조직이 있으면 부패가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신자들이 훨씬 더 많은 종교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 부패한 종교가 없어지는 길은 믿는 사람들이 선택을 안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성공회 영등포교회 신자라고 밝힌 유 박사는 “신앙은 신의 성품을 닮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또 “신앙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행복하지 않은 신앙은 진정한 신앙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평소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빌립보서 4장 13절을 즐겨 암송한다.
유 박사는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오타와대에서 종교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국종교학회 상임이사, 한국종교사회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서울대와 서강대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합리적 선택이론에서 종교적 수요의 안정성 논쟁’ ‘21세기 종교사회학’(공저) ‘종교시장의 이해’ 등이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인터뷰] 종교사회학자 서울대 유광석 박사 “문체부, 거대 종단 집중 재정 지원은 정종유착”
입력 2014-10-20 02:12 수정 2014-10-20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