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쌍둥이가 많아졌다. 쌍둥이들이 주말 TV 방송 프로그램을 종일 점령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예전에도 이렇게 많았나 싶게 여기도 쌍둥이, 저기도 쌍둥이다.
방송에서 개그맨 이휘재의 아들 서언·서준 형제는 ‘국민 쌍둥이’로, 배우 송일국의 가정은 세 쌍둥이 대한·민국·만세 형제 덕분에 ‘삼둥이네’로 불린다. 아이돌 걸그룹 출신 슈와 작곡가 윤일상, 배우 이영애와 박은혜, 가수 황혜영도 쌍둥이 부모다. 축구선수 이동국은 ‘길 가다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겹쌍둥이 아빠다.
우리나라의 쌍둥이 출산율은 1992년 1.1%에서 2006년 2.4%로 늘었고, 현재 약 3%대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20년 남짓한 기간에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선 1990년대 이후 해마다 쌍둥이 출산율이 3%씩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왜 이렇게 쌍둥이가 늘고 있는 것일까. 쌍둥이 출산율이 4.5%로 이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나이지리아의 한 마을과 같이 TV에 자주 출연하는 연예·스포츠 스타 집단의 환경적, 직업적 특수현상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실제 산부인과 의사들은 요즘 쌍둥이 자녀를 둔 연예인이 많아진 것이 단순히 직업적, 유전적 특질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에 일고 있는 만혼(晩婚)·고령임신 풍조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찍 결혼한다 해도 경력 단절을 이유로 30대 중반 이후까지 아이 갖기를 미루다 난임에 빠지는 직장여성도 적지 않다. 고령 임신은 난임과 쌍태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최고 위험요인이다. 그 결과 시험관아기 시술 등 의학적 치료 대상이 되기 쉽고, 쌍태 임신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만1500여명에 이른다. 2009년의 17만7000여명보다 14%나 증가한 숫자다. 이 중 25∼30%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의 주요 생식기관은 난소와 자궁이다. 자궁은 임신한 아기를 키우는 둥지, 난소는 여성 호르몬을 분비해 여성성을 유지하며 약 28일 주기로 한 번씩 난자를 배출하는 기관이다. 임신은 정자가 난자와 결합(수정)해 자궁내막에 성공적으로 착상한 다음, 태아가 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여성의 이런 생식기능은 평생 유지되지 않는다. 25세 이후 서서히 퇴보하다 만 35세 이후 급격히 악화된다. 결혼과 임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너무 늑장을 부려선 안 된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 많은 여성이 임신에 성공해도 유산할 가능성이 많고, 기형 발생 및 조산으로 태아를 잃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궁근종 등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자궁 질환 발생률도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결혼과 임신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임신이 가장 잘 되는, 여성 건강의 최고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시기는 20∼25세다. 이후 여성의 생식 환경은 계속 악화된다. 만약 결혼 후 아기를 가질 계획이라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 가능한 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졌으면 좋겠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나아가 첫 임신 및 출산 연령이 고령화되는 풍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난임 부부를 줄이고 요즘 젊은이들의 만혼 풍조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정책 개발을 위해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내일을 열며-이기수] 쌍둥이가 많아진 이유
입력 2014-10-18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