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창궐’ 서아프리카 3개국, 미국 여행금지 논란 가열

입력 2014-10-18 04:04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면서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 여행객들의 입국금지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에서 가열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한 다수 의원들이 찬성 입장을 밝히며 관련 법안까지 예고하면서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감독조사소위원회가 16일(현지시간) 개최한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에볼라 방역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토머스 프리든 소장 등 연방정부의 고위 보건방역 책임자들을 집중 성토했다.

특히 팀 머피(공화·펜실베이니아) 감독소위위원장은 “일주일에 1000명이나 미국에 도착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출신들에 대해 미국 내 5곳의 공항에서 체온검사나 하고 자진신고 하라는 현재 방안으로는 에볼라 유입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이들 국가에 대한 여행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베이너 의장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에볼라 발병국 여행자들의 입국 제한 조치를 “절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40여명의 의원들이 서아프리카국에 대한 여행금지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9일부터 12일까지 10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에볼라 발병국 여행자의 입국 제한을 지지한 응답자가 67%나 됐다. 데니스 로스(공화·플로리다) 의원은 미국과 서아프리카 국가 간 여행을 금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여행을 금지하면 육로 등 다른 경로를 통해 미국에 들어오게 될 것이고 이 경우 아무런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더욱 위험해진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행정부는 여행금지령을 내릴 경우 서아프리카 국가들을 국제사회에서 단절시켜 에볼라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점을 더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미국의 ‘서아프리카국 여행금지’ 여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총재는 로이터 기후변화회담에서 에볼라 발병국의 항공기 입국을 막는 여행금지 조치는 효과적인 전략이 못 된다며 “국경을 폐쇄하자는 것은 마치 집이 불타고 있는데 방 안에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틈에 젖은 수건을 끼우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불은 끄지 않으면 번지기 마련”이라며 “에볼라 공포가 확산돼 국경을 폐쇄하게 된다면 우리는 핵심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