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대화할 생각있다면 어서 고위급접촉 응해야

입력 2014-10-18 02:40
남북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5일 열린 군사 당국자 접촉을 놓고 연일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됐다. 서해를 비롯한 접경지대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마련한 대화가 외려 상호 불신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만 일으킨 셈이 돼 버렸다.

북한이 16일 밤늦게 조선중앙통신 ‘공개보도’ 형식을 통해 접촉 전말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관례에 어긋난다. 남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접촉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서로의 합의가 없는 한 비밀에 부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북한이 이를 저버리고 구체적인 과정은 물론 대화 내용의 세세한 부분까지 밝힌 것은 접촉 실패의 책임을 남측 탓으로 돌려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전형적인 선전선동의 하나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북한은 2011년 6월에도 전달 베이징에서 비밀리에 열린 남북 당국자 접촉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전례가 있다. 북은 이 접촉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천안함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폭로해 남한 사회는 이의 진실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것이 북한의 노림수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믿을 국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북한이 쓰는 상투적 수법에 놀아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방부는 북의 주장을 ‘왜곡’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반박 과정에서 거짓말이 드러나 국방부 설명을 100% 믿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방부는 당초 북이 먼저 비공개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고 언론 브리핑을 했다가 조선중앙통신의 ‘공개보도’ 발표 후 우리 측 제의로 비공개 접촉이 이뤄졌다고 말을 바꿨다. 걸핏하면 거짓말을 일삼는 군의 적폐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핵심 조건은 신뢰다. 북한은 대북전단 총격 사건 이후 또 다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남측 태도에 달렸다며 협박했다. 우리가 북에 대화를 구걸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 이상의 과잉 대응으로 쪽박을 먼저 깨는 일만은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