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환자 잇따라 발생한 댈러스, 비상사태 선포 검토

입력 2014-10-17 04:00 수정 2014-10-17 15:12

에볼라 환자를 돌보던 여성 간호사 2명이 잇따라 에볼라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미국 보건방역 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관찰대상’이던 간호사가 민항기를 타고 여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인들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에볼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텍사스주 댈러스는 사태 확산을 우려해 ‘비상사태(state of disaster)’ 선포를 검토 중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원유세에 나서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핵심 참모들과 15일(현지시간)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한층 공격적인 대응을 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 뒤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에볼라 대책의 모든 단계를 점검하고, 기존 에볼라 감염자 발생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텍사스주 보건국은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에볼라로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했던 간호사 앰버 빈슨(29)이 에볼라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빈슨은 14일 열이 난다고 신고한 뒤 즉시 격리됐으며 같은 날 예비검사를 받은 결과 에볼라 양성반응을 보여 현재 확진 검사가 진행 중이다. 빈슨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간호사 니나 팸(26)에 이어 미국 본토에서 감염된 두 번째 사례다.

문제는 빈슨이 비행기를 탔다는 점이다. 빈슨은 지난 10일 결혼 준비를 위해 댈러스에서 국내선인 프런티어항공 여객기를 타고 나흘간 오하이오주의 집에 가 있었다. 이후 복귀하기 위해 13일 댈러스행 비행기에 타기 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전화해 열이 37.5도까지 올랐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CDC 측은 빈슨에게 비행기를 타지 말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CNN이 보도했다. 방역지침에 따르면 보건 당국의 에볼라 관찰 대상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으며, 매일 체온 측정을 해야 한다. 감시체계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CDC의 톰 프라이든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빈슨은 에볼라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진 그룹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CDC는 승객과 승무원에게 에볼라가 전염됐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승객 132명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미 간호사협회(NNU)는 성명을 통해 병원 측의 진료 과정이 불분명하고 부적절했다고 비난했다. 사망한 던컨을 치료한 간호사들의 말을 인용해 “의료진 중 에볼라 환자에 대한 안전 규정을 숙지하거나 보호장비 착용 규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던컨은 병원 도착 직후 격리 조치를 받지 않은 채 2∼3시간 동안 방치됐으며 간호사들의 격리조치 요구도 묵살됐다.

에볼라 사태와 대응은 3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민주당은 공화당의 에볼라 예산 삭감을 비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한국 정부에 추가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특히 의료지원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보건인력 파견 문제는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현재 다각적인 추가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