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發 김무성 개헌론] ‘권력구조 개편’ 이슈 던져… 당·청 관계 파장 예고

입력 2014-10-17 03:30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다섯 번째)가 16일 함께 중국을 방문한 당 대표단을 이끌고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해 태극기 앞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중국 현지에서 개헌 불가피론에 불을 지핀 이유는 더 이상 개헌에 대한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추측된다. 2016년 4월 총선까지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선거가 없고 차기 대선까지도 2년 넘게 남은 지금이 개헌 논의의 적기라는 것이다. 김 대표 자신은 부인하고 있지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는 국회 여건이 이미 무르익었다는 생각도 작용한 듯하다. 현재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는 원내 전체 의석의 과반인 여야 의원 150여명이 참여 중이다. 야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적극 제기됐고 여당 내 계파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던 개헌론은 김 대표의 발언으로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김 대표의 개헌 불가피론은 기자단과의 조찬간담회 때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나왔다. 김 대표는 그러나 작심한 듯 개헌 논의의 필요성과 개헌 방향 등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다. “유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길다”거나 “국회 개헌특위 구성은 여야 합의가 돼야 한다”고 한 말들이 이를 짐작케 한다.

김 대표가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휘발성 높은 이슈를 선점하며 대권주자 행보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김 대표는 “내가 무엇이 되려는 생각이 없다. 대신 우리 중 누가 돼야 한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김 대표의 발언에 차기 대권 잠룡들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미 대권도전 의사를 공식화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대통령의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정권 말에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며 “개헌을 반대하는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의 반발을 야기하면 정치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의도와 관계없이 그의 발언으로 당청 관계뿐 아니라 당내 권력구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개헌 블랙홀’ 논리로 개헌론을 차단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거듭 천명한 박근혜 대통령과 배치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개헌 ‘시기상조론’을 펼치는 친박(친박근혜) 주류와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높다. 친박 의원들은 개헌론을 정권 흔들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굳이 개헌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만약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개헌 작업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개헌의 방향 등 각론에서 이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