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현길] 소비자 상식 벗어난 동서식품의 논리

입력 2014-10-17 03:39

동서식품이 ‘대장균 시리얼’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동서식품은 16일 일간지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사과와 별개로 여전히 정상적인 공정이어서 문제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검출 미생물은 ‘대장균’이 아닌 ‘대장균군’으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이라고 설명한다. 검출 시점도 완제품 이전 수시 검사에서 검출돼 식약처에 대한 보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위생법상 식약처에 보고토록 한 ‘자가품질검사 의무’ 규정은 완제품을 대상으로 하는데, 검사 제품은 포장이 돼 있지만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않아 완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대장균군이 검출된 제품을 다른 제품과 섞어 다시 열처리한 것도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회사 측 논리는 상식과 거리가 있다. 검출 미생물이 대장균과 유사한 대장균군이지만 이 역시 작업장의 위생상태를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지표다. 회사가 정의한 완제품은 ‘품질검사를 마무리한 제품’이지만 소비자 기준에서 완제품은 ‘포장이 끝난 제품’이다. 실제로 포장이 끝난 제품의 추가 공정은 없었다.

포장 제품을 뜯어 재처리하는 것도 식품 업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포장을 뜯어 다시 처리하면 식품이 부스러지거나 변형될 수 있어 전부 폐기한다”고 밝혔다.

시판 제품에 대한 식약처 검사 결과가 남았지만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동서식품의 행동은 상식에 어긋난다. 상식에 어긋난 경우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김현길 산업부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