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들의 글쓰기는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 자아 성찰에서 시작해 마지막은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으로 귀결된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기독교적 책 읽기와 글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교회와 모임들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영성이 메마른 시대, 종교개혁 주일을 앞두고 영혼을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부산시 동구 로고스 서원교회(김기현 목사) 부설 ‘로고스서원’은 올해로 5년째 ‘글쓰기 학교’를 운영 중이다. “제대로 살려면 읽고 써라.” ‘로고스 서원’의 모토다. 김기현(48) 목사는 2009년 로고스 서원을 열면서 프랑스의 소설가 구스타브 플로베르가 남긴 문구에 ‘글쓰기’를 더해 방점을 찍었다.
기독교인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고,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해 김 목사가 내린 결론은 공격적인 독서와 치열한 글쓰기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내가 살고’ 또 ‘남을 살리는’ 글쓰기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목사는 지난해부터 왕복 6시간이 넘는 수고를 마다 않고 서울에서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 6∼7명이 모이던 것이 지금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부산 모임은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고 서울은 격주 화요일 오후 두 차례 진행된다.
로고스 서원은 다양한 글쓰기 강좌와 인문학캠프, 북 토크, 저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인문독서와 기독교지성운동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로고스 서원의 혹독하고 행복한 글쓰기 훈련을 통과한 이는 200여명이다.
김 목사는 “자기를 발견하고 싶어 글쓰기를 택했다는 지원자가 많아졌다”며 “글쓰기가 괴로운 작업이 아니라 즐거운 자극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5년 전에 김 목사가 펴낸 책 ‘글쓰는 그리스도인’(한국성서유니온)이 마중물이 됐다. 책을 쓴 후에 ‘실제로 글쓰기를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고, 곧바로 ‘성인 글쓰기교실’을 열었다. 그해 가을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느낌을 나누는 과정에서 모두가 눈물을 펑펑 쏟는 감동의 시간을 체험했다. 그 시간을 통해 사람들은 치유를 받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 나갔다.
초창기 모임엔 주부(학부모)들이 많았다. 때문에 청소년들을 위한 강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 ‘청소년 인문학교’를 열었다. 지금은 이외에도 북 토크, 인문학캠프, 저자와의 만남 등의 시간도 갖고 있다.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를 아름답게 세워가는 모임도 눈길을 끈다. ‘성품독서지도’ 방법을 개발한 서울 광진구 영광교회 김변호(48) 목사는 지난 15년 동안 독서와 글쓰기로 신자들의 성품을 변화시켜 왔다. 현재까지 150여명이 교육을 받았고 이들은 지역에서 취재활동과 칼럼, 인터뷰, 시와 수필 등 문학 작품을 발굴해 인터넷신문에 올리고 있다.
‘계간 상록수문학’ 부설 상록수문예원(원장 최세균 목사)은 ‘목회자 글쓰기 강좌’를 개설해 목회 현장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글로 펼쳐내도록 안내한다. 이 프로그램은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희곡 등 다양한 문학작품 창작을 비롯해 논문, 칼럼, 일기, 자서전 등을 쉽게 쓸 수 있도록 교육한다. 수업은 매주 목요일 오후 4∼6시 서울 종로구 상록수문예원에서 진행된다.
또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선한목자교회 유기성(57) 목사가 24시간 365일 예수님과 동행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영성일기’(diarywithjesus.com)도 주목받고 있다. 영성일기를 쓰는 것은 예수님과 친밀함을 갖도록 ‘24시간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잠들 때까지 얼마나 예수님을 생각했는지 기록하는 것이 영성일기의 기본이다. 그리고 예수님이 말씀하시고 역사하신다고 느낀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영성일기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예수님께 항상 마음을 열어놓겠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다. 각종 염려와 거짓, 미움과 의심, 낙심과 절망이 마음속에 똬리 트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매일 몸을 씻듯이 마음을 닦겠다는 다짐이다. 영성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매일의 일상에서 나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실제적으로 알게 되고, 더 친밀한 교제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그분을 대하는 믿음의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영성일기는 그런 영적 갈급함을 채우고 예수님과의 실제적이고 친밀한 동행으로 인도하는 놀라운 훈련 도구”라면서 “지금까지 예수님과의 친밀함을 훈련하면서 가장 놀라운 것이 영성일기”라고 고백한다. 그는 예수님과 친밀하게 교제하고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는 ‘영성일기’(규장)를 2012년 출간했다.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영성일기 아카데미는 내년 2월 말에 개최될 예정이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글쓰기 프로그램 어떤게 있나] 목회자·주부 예수와 筆談 나누 듯
입력 2014-10-18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