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16일 임원의 약 30%를 감축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 위기를 조직 슬림화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또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32·사진)씨를 상무로 승진시켜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임원 262명 중 81명 짐 쌌다=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의 임원 262명 가운데 81명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전 임원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뒤 재신임하겠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에 변화를 주고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조직을 슬림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여기에 맞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아울러 현대삼호중공업 하경진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대오일뱅크 문종박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또 현대중공업 이성조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31명을 승진 발령하고, 박희규 부장 등 28명을 상무보로 신규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승진 폭도 작은 편이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 등 새로운 경영진이 전 임원 재신임 방침을 밝힌 뒤 4일 만에 이뤄졌다. 10월 중순이라는 시점도 지난해 임원 인사 시기인 12월 초에 비해 한 달 반가량 앞서 있다. 승진한 임원 숫자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하루라도 빨리 전열을 정비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3세 경영 본격화=결과적으로는 정 전 의원이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토대가 더 굳건해졌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재입사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일해 온 기선씨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통상 부장에서 상무보를 거쳐 상무로 승진하는 것에 비쳐볼 때 두 단계 고속 승진이다. 기선씨는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재무팀 대리로 일하다 7월 퇴사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 학위를 따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한 뒤 회사로 돌아왔다. 이번 승진에 따라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과 권 사장도 정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두 사람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다고 공시했다.
한편 상무보로 승진한 노동열 기정(技正)은 현대중공업 최초의 생산직 출신 임원이다. 1974년 7급 기사로 입사해 선박품질 분야에서만 40년을 근무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현대重 “조직 슬림화로 위기 뚫자” 임원 30% 감축 ‘强手’
입력 2014-10-17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