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1920선마저 깨진 코스피… 금리인하 약발 실종, 美·유럽發 삭풍에 ‘낙엽’

입력 2014-10-17 03:01

전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내린 정책효과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16일 코스피지수는 7개월 만에 192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간밤 뉴욕 증시와 유럽 증시가 동반 추락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을 피하고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전날보다 14.46포인트 하락한 1911.45로 출발한 코스피는 장중 1904.77까지 떨어져 1900선 붕괴를 목전에 뒀었다. 외국인투자자가 10거래일째 ‘팔자’에 나서 지수를 끌어내렸으나 기관의 매수세로 겨우 낙폭이 줄었다. 결국 7.08포인트(0.37%) 내린 1918.83으로 장을 마쳤다. 종가가 192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3월 20일(1919.52)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 10∼11선에서 움직이던 VKOSPI는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7 이상으로 치솟았다.

코스피 하락세는 미국과 유럽의 악재 때문이다. 미국의 9월 소매판매가 8개월 만에 감소하고 생산자물가도 13개월 만에 하락했다는 소식에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장중 3% 가까이 급락했다. 장 후반 낙폭이 줄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6%, S&P500지수는 0.81%, 나스닥종합지수는 0.28% 하락한 채 마감했다. 중국 경기가 부진하고 독일을 필두로 한 유로존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와중에 그나마 든든한 보루였던 미국의 지표까지 악화됐기 때문에 시장의 동요가 심했다.

유럽 주요 증시는 충격이 더 컸다. 15일 영국 FTSE100지수는 2.83%, 프랑스 CAC40지수는 3.63%, 독일 DAX30지수는 2.87%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유럽과 미국 주가 하락 여파로 16일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335.14포인트(2.22%)나 빠져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짐에 따라 대표적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5일 장중 1.86%까지 하락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밑돌았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그만큼 시세가 뛰었다는 뜻이다. CNN머니는 올해 초만 해도 연말쯤 3%를 웃돌 것으로 관측되던 미 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한 것은 세계 경제 비관론이 급부상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