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 해역 침범, 단정은 출동 준비하라.”
15일 오후 6시30분쯤 전남 목포시 홍도 북서방 45마일 해상. 해경 특공대원 18명을 태운 고속단정 2척이 어둠을 뚫고 쏜살같이 내달렸다. 지휘함인 군산해경 소속 3000t급 경비함(3010함)도 속도를 높였다. 어선들이 달아나자 경비함에서 경고 사이렌 소리를 쩌렁쩌렁 울렸다. 동시에 서치라이트가 조업현장을 비추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어선에 뛰어오른 특공대원들이 조타실에 들어가면서 1척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선원들은 큰 저항 없이 대원들의 지시에 따랐다. 배에는 양미리 등 그동안 잡은 어류 2.5t가량이 널려 있었다.
그사이 10마일쯤 떨어진 곳에 있던 중국 어선들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낸 빨간 불빛이 5㎞쯤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치 항구도시 해안선을 보여주는 듯했다. 김국성 함장은 “저들이 모두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들”이라며 “200척쯤 되어 보인다”고 말했다.
3010함으로 압송돼온 선장은 순순히 자백했다. “중국 바다에는 고기가 별로 없다. 고기떼를 쫓아 한국 영해로 들어왔다.”
이날은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저인망 조업을 할 수 없는 마지막 날. 군산과 태안·목포 등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내 3개 해양경찰서가 ‘불법조업 중국어선 특별단속’을 위한 합동 작전을 폈다. 함정 24척과 항공기 3대가 동시에 출동했다.
3010함은 8시간 뒤쯤 어청도 서방 60마일에서 2차 단속을 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파도가 3m 높이로 거세게 일렁였다. 16일 0시를 기해 금어기가 해제되자 수백척의 중국 어선들이 EEZ에 몰려들었다. 허가를 받은 어선들은 조업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무허가 어선들로 추정됐다.
해경이 이틀간 나포한 중국 어선은 모두 4척. 이들은 최대 1억5000만원의 담보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됐다.
서해지역 어장에 몰려오는 중국 어선은 하루 1000여척. 40∼50척이 떼 지어 나타나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다. 우리 어민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해경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단속된 중국 어선은 2010년 375척이었으나 2012년 521척, 지난해 602척으로 늘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때문에 해경의 단속이 약화된 틈을 노려 불법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전에서 귀선한 김광기 대원은 “중국 선원들이 날로 많아지는 데다 흉포화하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날 작전에서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단속에 나섰던 고속단정이 중국 어선과 충돌하면서 전복돼 대원 7명이 바다에 빠진 것. 옆구리에 쇠창살과 철판이 설치돼 있던 중국 어선에 접안하려다 어선이 갑자기 뱃머리를 돌리는 순간 충돌해 단정이 뒤집히고 말았다. 다행히 대원들은 곧 모두 구조됐으나, 중국 어선은 금세 꼬리를 감춰버렸다.
물밀 듯 침범해 오고 있는 중국 어선들, 험악한 파도와 날로 흉악해지는 선원들. 해경은 날마다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박세철 대원은 “쇠창살에 철갑까지 둘러놓은 데다 식칼과 가스통 등을 던져 배에 올라가기가 가장 어렵다”며 “현장에 투입될 때마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한다는 각오로 임한다”고 말했다.
송일종 군산해양경찰서장은 “중국 어선들이 갈수록 폭력적이고 조직적으로 바뀌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레이더망을 활용해 우리 해경의 움직임을 탐지할 정도로 지능화돼 있다”며 “우리 어장을 지키기 위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어청도=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1000여척 출몰… 中어선과 ‘전쟁중’
입력 2014-10-17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