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때린 아버지 ‘100m내 접근금지’

입력 2014-10-17 02:48
술에 취해 미성년 아들을 때린 아버지에 대해 사건 직후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지난달 29일 아동학대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첫 사례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 6일 오전 1시쯤 중학교 1학년 아들(13)을 때린 박모(34)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박씨와 아들을 격리시켰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술을 먹고 집에 들어간 뒤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을 발로 차고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보다 못한 아내 김모(34)씨가 112로 신고해 경찰이 박씨를 체포했다. 아내와 아들은 부산 원스톱지원센터로 인계됐다.

경찰은 남편 박씨에게 특례법을 적용해 긴급 임시조치 1∼3호를 내렸다. 아동학대 가해자를 피해 아동 등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조치다. 1호는 주거지 격리, 2호는 주거지와 보호시설 및 학교 등지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다. 현재 박씨는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집은 물론이고 아들의 학교 등에 접근하면 즉각 유치장에 수용된다. 전화 연락도 할 수 없다. 원스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안정을 되찾은 아들과 아내는 집에 머물고 있다.

경찰이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특례법 제정 전에는 아동학대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가해자가 “훈육 목적”이라고 해명하면 별다른 조치 없이 피해 아동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부부가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이혼을 검토하는 등 가정환경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며 “박씨에게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본래 임시조치는 법원이 결정한다. 하지만 사안이 급하거나 재범 우려가 있을 경우에 한해 경찰이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직권으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경찰은 긴급조치 후인 지난 13일 법원에 임시조치 신청을 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 아동에 대해 법원이 임시조치를 허가하는 경우도 특례법 제정 이전에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특례법 제정 직후 ‘아동학대 근절 집중 추진기간’을 운영해 지난 12일까지 아동학대 피의자 63명을 검거하고 이 중 1명을 구속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