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길거리에서 주운 100% 신선한 뉴욕산 쓰레기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하죠. 사소한 생각이 훌륭한 예술품으로 발전합니다. 미국 뉴욕에 사는 저스틴 지냑은 2001년부터 아크릴 팩에 쓰레기를 넣어 팔았습니다. 사는 사람이 있냐고요? 인기가 많아서 대기해야 할 정도라네요. 이미 해외 매체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고요.
지냑이 쓰레기를 팔기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을 케익이나 쿠키를 예쁘게 포장하는 방법 정도로 폄하하는 회사 동료의 말을 듣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지냑은 일부러 아무도 사지 않을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타임스퀘어의 더러운 거리를 둘러보면서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죠. 직접 디자인한 용기인 투명 아크릴 큐브와 팩에 쓰레기를 예쁘게 담아 판 겁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지난해까지 30여개국에서 1400개 이상이 팔렸습니다. 지냑은 원래 버전인 ‘오리지널 뉴욕 시티 가비지’가 인기를 끌자 특별한 날이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한정판을 만들었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 양키스 스타디움, 타임스퀘어에서의 12월 31일, 뉴욕 자이언츠 우승 퍼레이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아일랜드 더블린의 세인트 패트릭 데이 등입니다. 아크릴 팩에는 콜라 빈병, 버려진 선글라스, 라이터, 빨대, 건전지, 깨진 접시 조각 등이 담겼습니다.
오리지널 버전 가격은 50달러(약 5만원), 한정판은 100달러(약 10만원)입니다. 오리지널 버전은 여전히 인기가 많아 웨이팅리스트를 작성해야 합니다. 최근 판매된 한정판 로스앤젤레스 가비지는 LA강에서부터 할리우드, 멜로즈 애비뉴, 베니스 비치, 산타 모니카 부두까지 돌아다니며 주운 쓰레기를 담았는데요. 이것도 현재 품절이라네요.
국내 네티즌들은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넷에는 “쓰레기라고 말 안하면 모르겠다” “나도 쓰레기 주워다 팔까” “색깔이나 문구, 모양 덕분에 쓰레기가 예뻐 보인다” “나만 창조경제를 생각한 게 아니였어” “이제부터 쓰레기 같이 쓸데없는 인간이라는 말은 못 쓰겠다”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이게 바로 디자인의 힘이죠. 지냑은 “나는 아이디어를 사랑하고, 아이디어에 중독돼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질투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냑은 또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써 본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메모장 어딘 가에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아이디어가 숨어 있지 않을까요?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이건 예술품일까요, 쓰레기일까요?
입력 2014-10-17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