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發 김무성 개헌론] 청와대 반응은… 겉으론 “ … ” 속내는 불쾌

입력 2014-10-17 02:5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불가’ 입장을 천명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집권여당 대표가 작심한 듯 개헌 불가피론을 편 것에 대해 내심 불쾌하다는 분위기다.

제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 참석차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언급을 보고받았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아셈 일정이 매시간 단위로 이어지는 만큼 정상외교에 주력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박 대통령을 수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별로 입장을 밝힐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이 해외에서 정상외교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개헌을 이슈화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아셈 무대에 본격 데뷔하는 날 김 대표가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헌 논의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 현 시점에서 국정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활성화인 만큼 모든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는 개헌 논의가 지금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블랙홀’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지금 우리에게는 그 어떤 것도 경제 살리기에 우선할 수 없다”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확실한 개헌 논의 반대 스탠스를 취한 바 있다.

밀라노=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