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성장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매출과 수익이 줄었음에도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안정성 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져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은행은 16일 ‘201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전체 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작성한 통계 조사 결과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2010년 15.3%였던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12.2%, 2012년 5.1%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자동차·전기전자 등 국내 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체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0.5%로 196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매출액의 1% 미만 증가율 기록은 1998년 외환위기(0.7%) 당시를 제외하고는 처음 있는 일이다.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0.3%로 전년(5.0%)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소기업은 5.3%에서 5.6%로 소폭 상승했다.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은 2.9%로, 역대 최저치이자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이다. 기업들은 지난해 1000원어치를 팔아 29원을 손에 쥔 것이다. 이 금액은 2010년 49원에서 2011년 37원, 2012년 34원 등으로 3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1%로 2012년과 수치가 같았다.
기업들의 성장성·수익성은 후퇴했지만 안정성은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2012년 147.6%에서 지난해 141.0%로, 차입금의존도는 31.9%에서 31.5%로 하락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 기업들이 대출을 통해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작년 기업들 “성장보다 안정” 수익 악화됐지만 부채율 줄여
입력 2014-10-17 0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