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월드시리즈 시구는 Lee sung woo에게 맡겨라”

입력 2014-10-17 02:16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16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커프먼 스타디움에서 한 미국인 팬이 이성우씨의 얼굴 사진을 들고 지역방송 KM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성우씨 트위터

[친절한 쿡기자] 미국인들이 한국인 한 명을 부르고 있습니다. 유명인사가 아닙니다. 평범한 30대 남성입니다. 얼마 전까지 서울에서 가장 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새 직장으로 첫 출근을 앞둔 백수입니다. 그런 그에게 미국인들은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의 마운드에 서라고 호소합니다. 오직 야구팬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주인공은 이성우(38)씨입니다. 이씨는 메이저리그에서 30년 가까이 ‘만년 꼴찌’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했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팬입니다. 10대 청소년이었던 1990년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시청한 주한미군 방송 AFKN에서 캔자스시티의 경기를 보고 반했다고 합니다. 캔자스시티는 1985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최하위권을 전전했습니다. 1993년 구단주 유잉 커프먼의 사망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암흑기는 28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연고지는 인구 45만명의 미국 중부 중소도시죠. 이런 캔자스시티가 이씨에겐 특별했습니다.

이씨는 캔자스시티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여년간 활동했습니다. 미국인 팬들에게 이씨는 신기하면서도 고마운 존재였을 겁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구단은 지난 8월 이씨를 초청했습니다. 이씨는 캔자스시티공항으로 몰린 취재진과 마주하기 전까지 자신의 유명세를 몰랐다고 합니다. 같은 달 12일에는 홈구장인 커프먼 스타디움에서 시구하고 관중의 기립박수까지 받았죠. 적어도 캔자스시티에서 이씨는 가장 유명한 한국인입니다.

캔자스시티는 16일 커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2대 1로 꺾고 월드시리즈로 진출했습니다. 28년 동안 월드시리즈는커녕 포스트시즌의 문턱도 넘지 못했던 캔자스시티입니다. 올해 가까스로 진출한 포스트시즌에서 8전 전승으로 월드시리즈까지 직행하는 기적을 보여줬습니다. 역대 메이저리그 단일 포스트시즌 개막 후 최다 연승 기록이죠.

캔자스시티의 미국인 팬들은 SNS에서 이씨의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트위터에는 이씨의 영문명 해시태그 ‘#Leesungwoo’와 함께 “시구자로 초청하라” “월드시리즈를 함께 즐기자”는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월드시리즈 개막전 시구자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아직 구단의 발표는 없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성원을 보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직 류현진(27·LA 다저스)도 오르지 못한 월드시리즈의 마운드를 이씨가 밟을 수 있을까요. 월드시리즈는 오는 22일 커프먼 스타디움에서 개막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