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논의 불가피 발언은 적확한 진단이다. 그가 전망한 대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고,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거듭 밝혔으나 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 것 같다. 집권당 수장인 김 대표가 대통령의 뜻과 반함에도 소신껏 발언한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원내 과반인 152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등하는 개헌지지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개헌은 최고의 정치개혁이다. 요즘 여야가 경쟁적으로 정치개혁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통령한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지 않고는 개혁에 한계가 있다. 현재의 우리 정치체제는 이긴 쪽이 권력을 독식해 배타적으로 통치하기 때문에 여야 간 극한 대립을 피하기 어렵다. 대선에 이기기 위해 사생결단하고, 대선이 한참 남았음에도 모든 걸 선거와 연관지어 싸움질하는 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다. 김 대표가 이원집정부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도 권력분점 필요성을 의식한 발언이다.
개헌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돼 있는 만큼 시간을 오래 끌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 국회가 정기회가 끝나는 12월부터 개헌특위를 가동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마무리하는 것이 옳다. 당리당략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특위에 민간 전문가들을 대거 참여시키는 게 마땅하다. 가장 중요한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폭넓게 수렴해 정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1987년 도입된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바꿔야 할 구시대 유물임에 틀림이 없다.
박 대통령도 국회 차원의 개헌논의를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협조하는 게 좋겠다. 개헌이 경제나 민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모적인 정쟁을 줄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로 대통령과 국회가 대립하는 것은 국력낭비다.
[사설] 권력분산 개헌이 최고의 정치개혁이다
입력 2014-10-17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