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기업의 기부를 받아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직장 어린이집의 남아도는 정원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가 이런 내용을 포함해 1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여성 고용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대책’은 한마디로 고육지책에 가깝다. 취업모(워킹맘)의 자녀 돌봄 서비스 확충이 시급하긴 한데 돈은 없으니 민간기업의 자금과 시설을 빌리고, 공공부문에서 단시간 일자리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것이다.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런 곁가지 대책으로 일자리 늘리기는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먼저 국·공립이나 직장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기 위해 기업이나 지역 아파트의 어린이집을 기부 받아 국·공립처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시설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국가에 기부하는 직장 어린이집이 연간 20곳에 불과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기관의 직장어린이집들도 남는 정원을 내년 3월부터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도록 했다. 이를 이용하는 지역주민에게는 민간어린이집과 동일한 보육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어린이집 또한 정원에 여유가 없어 실제 혜택을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민간 직장어린이집은 직장과 집 간 거리 등의 문제로 이용률이 낮은 경우가 많아 보육난 해소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책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방안은 아예 언급도 없다. 잘 알다시피 여성이 출산을 전후로 직장을 떠나고, 한번 떠나면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로 다시 복귀하기 어려운 현실이 여성 취업률 제고를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기 위해 남녀 노동자의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근로시간 단축요구권을 행사한 근로자는 736명에 그쳤다. 각종 모성보호제도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임금이나 사업주 지원 확대보다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거부하거나 이를 빌미로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아무리 정부 돈이 모자라도 지출에 우선순위는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편다면서 예산을 들이지 않고 민간의 도움을 받아 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라고 공언한 이상 정부는 다른 부문 예산을 줄여서라도 민영어린이집을 사들이거나 아파트 단지 위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야 한다. 또한 출산·육아기 직장여성들의 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
[사설] 여성고용 활성화 방안 예산·법제화 함께 가야
입력 2014-10-17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