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시험 도로 위에서 운전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차량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도로와 차선, 보행자, 다른 차량 등을 인식해 알아서 운전한다는 차다. 겉모습은 보통 그랜저HG와 다를 바가 없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두 발도 가속페달, 브레이크와 거리를 뒀다. 다만 차에 마음을 전부 맡기지는 않았다. 혹시 제멋대로 차가 움직일까봐 나도 모르게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갔다.
“이 단추를 누르시면 돼요.” 모비스 융합시스템연구팀의 박성훈 책임연구원이 가리킨 정속주행 단추를 아래로 누르고 변속기를 D로 옮기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차는 앞으로 나아갔다. 회전 구간에서는 운전대가 거침없이 돌아가며 바퀴가 방향을 틀었다. 각본에 따라 사람이 횡단보도에 나타나자 차는 스스로 멈췄다.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을 만났을 때도 차는 부드럽게 정지했다. 눈앞 계기판의 속도는 시속 30㎞. 차가 내 통제 밖에 있어서였는지 평소의 시속 30㎞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추월 기능을 보여주는 구간에서는 저절로 ‘오∼’ 하는 탄성이 나왔다. 앞선 차가 답답할 만큼 느리게 가자 자율주행 차는 혼자서 옆 차로로 이동해 앞차를 따돌리고 다시 제 차로로 돌아왔다. 최고속도가 시속 70㎞까지 올라갔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면서 차 부품 업체도 이에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에 쓰이는 기술 자체가 부품 업계의 생존을 좌우할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모비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기자가 타본 차처럼 궁극적인 자율주행 차를 개발하는 것이다. 모비스는 지난해부터 전담 팀을 만들고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와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지금까지 두 대의 그랜저HG 모델을 개조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기초 단계의 자율주행 차량은 레이저스캐너 등 인식 장비가 차의 외부에 부착되는데, 모비스는 이를 차 안으로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차의 위치를 지도상에 정확히 나타내주는 정밀 측위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한 측면은 부품 업체로서 양산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작사에 낱개로 팔 수 있는 기술이다. 모비스는 올해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이라는 자율주행 기본 기술을 신형 쏘나타·카니발·쏘렌토에 납품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속도를 조절하며 주행이 가능한 기능이다. 충돌사고를 줄이는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도 내년 6월쯤 양산이 가능하다. 무인주차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정태영 융합시스템연구팀장은 “2020년까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모두 양산 단계로 끌어올려 그 이후부터는 선진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앞차 비켜 고속 추월땐 감탄” 현대모비스 개발 ‘자율주행 차량’ 체험기
입력 2014-10-17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