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는 세월호 3법 이달 중 처리할 의지 있나

입력 2014-10-17 02:45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반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달라진 모습을 찾기 어렵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후속 조치 마련 작업도 더디기만 하다.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쟁으로 다섯 달 넘게 허송하는 바람에 관련 입법을 하나도 하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성난 민심에 놀라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일명 ‘유병언법’으로 불리는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을 이달 안에 처리키로 합의한 것이 사실상 참사와 관련해 정치권이 한 일의 전부다.

문제는 이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이제 여야가 약속한 날까지 열흘 남짓 남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법안 협상은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양당이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한 3+3회동에서 참사 관련 3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한 것이 이번 주 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16일 TF를 구성했으나 새정치연합은 이마저 미적대고 있다. 양당 TF 구성이 완료돼야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텐데 너무 태평하다.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지 않고서야 이렇게 꾸물거릴 이유가 없다.

협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풀어야 할 쟁점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양경찰청 폐지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협상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분위기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정부 원안 통과가 쉽지 않다. 새정치연합이 해양경찰 폐지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데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야당에 동조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도 피해자 배상·보상 규모와 진상조사위원회 역할과 조사 범위 등을 놓고 격론이 오갈 게 분명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다. 이밖에 또 얼마나 많은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남은 기간 내내 밤샘 협상을 해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방지 및 이해충돌 방지법이 우선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는 사실이다. 이 법은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관피아 적폐를 근절하고 척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법이다. 박 대통령이 조속한 김영란법 통과를 국회에 간곡하게 호소한 이유다. 그런데도 여야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입법에 엄청 소극적이다. 국회의원 자신들부터 공직자에 대한 부정 청탁을 금지하고, 공직자 지위를 이용한 사익(私益) 추구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게 못마땅해서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세월호 사건의 중요성이나 역사성, 의미 등을 새롭게 다지면서 후속 조치를 빨리 마무리해 유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국민 걱정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통과 없는 세월호 대책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원내대표 말이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여야는 김영란법 처리에 대한 시간표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