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자이자 세계적인 부호 만수르를 패러디한 KBS 2TV 개그콘서트 ‘억수르’ 코너의 한 장면. 만수르로 분장한 개그맨이 “너 거지야? 어디 집안에 각설이를 들이냐”며 딸을 호되게 꾸짖는다. 이에 반항해 딸이 가출하겠다고 하자 “집 나가는 게 쉬운 줄 알아? 1년 걸려”라고 일갈해 폭소를 자아낸다. 집이 그만큼 광활하다는 말을 우스개로 한 것이다.
개그에서는 좀 과장됐지만 억만장자들의 대저택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래리 앨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하와이 군도에서 6번째로 큰 라나이 섬을 6408억원을 들여 통째로 매입했다. 그는 이 섬에 초호화 비치호텔을 지었고 생태계 보호를 위한 연구실도 건설 중이다.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시애틀에 ‘미래 무릉도원’이라는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폭포수 소리가 나는 수영장과 도서관, 돔 모양의 서재, 극장 등을 갖춘 이 집을 짓는 데 7년이 걸렸고 700억원이나 투입됐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베벌리힐스에 있는 296억원짜리 집에 살고 있다. 이곳에는 수영장과 테니스장, 건조실, 게스트하우스 등이 갖춰져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하와이 섬 일부를 산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하와이 군도에서 4번째로 큰 카우아이 섬 북쪽에 있는 필라 해변과 인근 농장 등을 1068억여원을 주고 매입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지역 팰로 앨토의 저택(109억원 상당)에 살고 있는 저커버그는 지난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택과 맞닿은 이웃집 4채를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엄청난 부와 함께 이들은 꾸준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실천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1조원어치의 주식을 한 기부재단에 넘긴 데 이어 최근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266억원을 선뜻 기부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 3조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30조원을 내놓았다. 이는 자신의 재산 80조원의 30%에 육박하는 돈이다. ‘억수로’ 통 큰 이런 기부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정착됐으면 한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억수르’ 만수르 슈퍼리치
입력 2014-10-17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