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비신랑은 “아이가 출생하면 적어도 3년 정도는 신부가 직장을 포기하고 아이 양육을 직접 해야 한다”고, 예비신부는 “아이를 가능한 빨리 탁아시설에 보내 직장에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의견 차이로 두 사람은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다.
이 예비신랑처럼 아이를 세 살까지는 엄마 품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그래서 많은 ‘워킹맘’들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 행여 삐뚤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며 양심의 가책마저 느낀다.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미취학 아이를 둔 엄마가 직장생활을 할 경우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과연 이런 우려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일까. 최근 많은 발달심리학자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발달심리학 연구진은 1960∼2010년 이루어진 탁아시설 보육에 관한 69개의 연구를 자세히 분석했다. 아이의 성장발달을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조사 한 연구들이어서 신뢰도가 높았다. 연구 결과는 모든 면에서 워킹맘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레이철 루카스 톰슨 교수는 ‘세 살이 되기 전에 엄마가 직장에 복귀하여 탁아시설에서 보육받은 아이들이 오히려 집에서 엄마가 키운 아이들보다 학업성취도와 정신건강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660명의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추적 연구한 발표도 미국의 연구결과와 일치했다. 이 연구에서 프리드리히 뢰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의 직장생활과 아이의 문제행동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엄마가 출산 후 곧장 직장에 복귀해도 아이의 문제 행동과 상관관계가 없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탁아시설 양육을 연구한 독일의 발달심리학자 리젤로테 아너르트는 자기의 연구를 압축해서 “워킹맘들이여, 안심하라!”고 말한다. 물론 특별히 연약하고 적응력이 부족한 아이는 집에서 양육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아이들이 낮에는 어린이집의 전문적인 돌봄을 받고, 저녁에는 퇴근한 엄마들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정성어린 돌봄을 할 것이니, 아이는 주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는 무심코 짜증이 나게 되니 이런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의 문제가 많이 보도되고 있지 않느냐?’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지면 애착에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 ‘엄마가 충분히 육아에 전념한다면 집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게 된다. 지금 어린이집 양육환경이 너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당국은 어린이집 육아가 부모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만은 “어린이집에 국가가 투자한 돈은 결국 나중에는 여러 배로 돌려받게 돼 있다”고 했다. 이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어린이집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국가에 되돌려주는 돈이 국가가 투자한 예산의 세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는 고학력자가 많고 그들이 창출한 고수입이 세금과 연금 형태로 국가에 되돌아오는 선순환이 일어난단다.
이런 선순환은 어린이집 사역에 시설과 재정 그리고 인적 자원을 집중하여 성장하는 많은 교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참다운 부흥이란 이렇게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리라(갈 6:7).
성경은 “아비들아 네 자녀를 격노케 말지니 낙심할까 함이라”(골 3:21)고 말씀하신다. ‘격노케 말라’는 헬라어는 ‘그네를 일관되게 밀다’에서 나온 단어이다. 일관성 있는 양질의 돌봄 서비스 요구이다. ‘낙심하다’는 ‘떡 반죽’에서 나온 단어이다. 떡이 가루로 다시 분리될 수 없듯이,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다.
김종환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
[김종환 칼럼] 아이는 엄마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
입력 2014-10-18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