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5일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칼로바츠시(市)는 인근 발칸반도와 유럽, 모스크바 등에서 온 31개국 3000여명의 태권도 선수와 코치, 임원과 부모들로 북적거렸다. 이곳에서 '제1회 할렐루야 세계태권도대회 및 문화예술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세계스포츠선교회와 칼로바츠시가 공동 주최한 행사는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통해 얼마나 선교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또 한국 전통문화를 접목한 공연이 얼마만큼 해외 전도에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첫날 칼로바츠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개막식과 문화공연은 객석을 가득 메운 2000여 관중이 ‘코리아 넘버 원’을 외치기에 충분했다. 태권도 종주국 한국에서 온 임원들을 소개하고 공인 6단 김재범 사범이 ‘사명’이란 주제의 품새를 보여주면서 문화공연의 막이 올랐다.
이어 한국 전통악기인 해금(윤하림)·가야금(장하다) 연주와 함께 판소리가 이어졌고 소프라노 강명숙·테너 강봉수 교수의 오페라와 성가곡 열창, 홍경미씨의 피아노 연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공연은 세계스포츠선교회 태권도시범단이 나타나자 절정에 달했다. 6명의 단원이 몸을 날리며 격파와 체조, 품새를 보여주자 우렁찬 박수소리가 체육관을 떠나지 않았다.
행사장을 찾은 서형원 주크로아티아 한국대사는 “1960년대부터 태권도를 받아들인 크로아티아와 발칸반도에는 많은 태권도 클럽이 있는데 이번에 이런 뜻 깊은 행사를 열어주어 매우 감격스럽다”며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하리라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튿날 품새와 겨루기로 나뉘어 본격 진행된 태권도대회는 하루 종일 우렁찬 기합소리가 체육관을 울렸다. 60여명의 심판과 200여명의 현지 임원들은 대회 진행에 여념이 없었고 승패에 따라 눈물을 훔치거나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현지 준비위원장 미로 브라젠 칼로바츠 태권도협회장은 “보름 전 50년 만의 큰 홍수가 이곳과 주변 국가에 발생해 우려했는데 참석자가 예상보다 줄긴 했지만 대회가 잘 끝나 감사하다”며 “이번 대회를 발칸반도 4개 TV 방송국에서 적극 취재해 방영했고 2000여만명이 시청했다”고 기뻐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 공연단(단장 이복령 목사)과 태권도시범단 외에도 세계스포츠선교회 이광훈 이사장을 비롯해 대회장을 맡은 정재규 목사, 최현부 김강인 강덕수 박철승 목사 등이 함께했다. 또 미국에서 온 나운주 선교사가 사회를 맡았고 태권도 선교사로 사역 중인 이성원 이사(네덜란드)와 이광배(오스트리아) 임국현(러시아) 윤영수(키르기스스탄) 송경민(루마니아) 송원우(슬로바키아) 양종혁(크로아티아) 선교사도 참석했다.
이번 일정 중 한국 방문단은 공식 태권도대회 외에도 크로아티아 두가네사 시청홀에서 문화공연과 태권도시범 행사를 한 차례 더 가졌다. 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손님들을 반갑고 따뜻하게 맞이해 준 두가네사 시민들은 한국팀의 멋진 공연과 아름다운 한복을 보며 연신 “원더풀”이라고 외쳤다. 행사 후에는 기념사진을 함께 찍자고 모여들기도 했다.
두가네사 부시장이자 태권도협회장인 니콜라 카씨는 “오랜 내전으로 아직 상처가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준 멋진 공연이었다”며 “앞으로 이곳 태권도 도장들이 더욱 붐비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장 정재규 목사는 “그동안 세계스포츠선교회가 70여개국에 160여명의 태권도 선교사를 파송했는데 이제 그 결실이 동유럽에서 구체적으로 맺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모스크바와 필리핀 남아공 등에서도 1∼2년마다 대회를 열었는데 한국교회의 재정적 후원이 이뤄지면 더 많은 나라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포츠선교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이어져온 태권도는 이제 올림픽 메달 종목이 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도 세계 각국 태권도협회 임원들이 주최 측에 요구한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우리 도시에서 할렐루야태권도대회를 열게 도와 달라. 우리가 행사에 따른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할렐루야태권도대회’라는 이름 자체만으로 ‘복음’이 상징되는 이 대회는 한국 전통문화 공연까지 결합되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복음 전파’라는 핵심 명제를 이루기 위해 태권도를 모체로 삼고 여기에 한국문화라는 보너스까지 더해 ‘저비용 고효율 선교’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8년 역사를 가진 세계스포츠선교회(대표회장 임석순)는 그동안 할렐루야축구단을 창단하고 체육선교신학원을 개원했으며 전국교회축구대회를 여는 등 한국 스포츠선교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단체이다.
선교회는 1997년 러시아에서 태권도대회를 처음 개최한 이래 해외에서만 모두 32차례 국제대회를 연 경험을 갖고 있다. 사무총장 최현부 목사는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것만으로 각 나라 태권도 수련자들에게 대회가 어필이 되는 데다 집행부 모두가 기독교인이며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한다는 사실이 은연 중 전도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들의 건전한 체육문화에 도움을 주고 나라 간 화합과 국위 선양에 큰 몫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5일 열린 시상식 및 폐회식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모두들 3일간의 열전을 아쉬워했고 금·은·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2년 후 다시 이곳에서 대회가 열릴 것을 기대하며 작별인사를 나눈 관계자들은 “건전한 정신과 신체를 단련시키는 태권도를 세계스포츠선교회가 복음축제로까지 한 단계 더 승화시켰다”며 “한국교회가 스포츠선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할렐루야 세계태권도대회 및 문화예술축제’는 크로아티아를 중심으로 한 동구권이 이제 대한민국 태권도 한류에 편승해야 할 차례임을 보여준 뜻 깊은 행사였다.
자그레브(크로아티아)=글·사진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얍” 태권 선교사 기합소리… 동구권 복음의 문 연다
입력 2014-10-18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