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씨를 싸고 있는 솜으로 만들었으며, 땀을 잘 흡수하는 실용적인 옷감이에요. 고려 말 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와 재배하여 널리 쓰이게 됐어요. 나는 누구일까요.” 최근 개원한 전주의 국립무형유산원 전시실에 있는 퀴즈이다. 답은 무명.
요즘은 무명을 잘 모른다. 목화를 재배하는 농가는 사라졌고, 목화솜을 따서 실을 잣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길쌈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제 수백년간 조선인이 입었던 무명옷은 희귀한 물건으로 변했다. 옛 방식대로 만들어 질감과 색감이 드러나는 무명옷은 너무 비싸 구하기도 어렵다. 사극 배우조차 무명옷을 입고 출연하지 못한다.
올해 전승공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누비액주름은 무명옷이다. 과천의 광주이씨 이언웅 묘에서 나온 옷을 재현해서 무명의 아름다움을 살려냈다. 수상자인 유선희(48)씨는 “16세기 당시의 질감을 살리고 싶어 안동에서 어느 할머니가 장롱에 보관해 왔던 무명을 구해 쪽염 염색을 해서 옷을 지었다”고 말한다. 액주름(腋注音)은 겨드랑이에 잡은 주름 때문에 붙인 이름으로 임란 직후까지 남자들이 입었던 평상복이다. 무명 사이에 솜을 두고 1㎝ 간격으로 누벼 보온성이 좋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삼성동 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전시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질박한 미감, 무명 누비옷
입력 2014-10-17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