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계절 중에는 ‘겨울준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추위를 이겨내는 조건이나 다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김장이라는 것도 하고 두꺼운 외투도 새로 장만해서 단단히 겨울준비를 하는 것인지 모른다. 올 테면 와라 나는 끄떡없다 식의 준비를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김장을 하고 두꺼운 외투가 있고 난방준비까지 완벽한데도 왠지 덜 준비된 것 같고 아니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처럼 ‘춥다’라는 의식을 껴안고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 며칠 전 혼자 사는 후배가 전화로 말했다. “언니 왜 이렇게 추워요?”
나는 그것이 심리적 추위라는 것을 잘 안다.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핀잔받을 만한 후배였다. 좋은 집에 적어도 돈 걱정은 안 하고 사는 여자다. 속 썩이는 자식은 있는지 모른다. 혼자 사는 일이 벌써 7년째인 후배는 이젠 좀 가라앉나 싶으면 전화를 한다. “언니 왜 이렇게 추워요?” 그는 폭염 짙은 한여름에도 늦은 밤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래 춥지. 누구나 춥다. 반드시 그 후배가 남편이 없어 추운 것만이 아닐 것이다. 7년이 다시 지나도 그는 말할 것이다 “춥다”라고. 그 후배도 이제 회갑이 막 지났다. 그 연륜에 인생이란 불안과 쓸쓸함이 교차하면서 마치 혼자 경험하고 부닥치는 짐으로 외로움이 다가왔을 것이다. 어디 내려놓을 곳 없는 외로움이란 그 무거운 짐을 바로 네 옆에 있는 누구라도 다 아프게 경험하는 것일 것. 다행히 그는 그 외로운 마음의 짐을 벗어나려고 자기를 버리지는 않는다. 용케도 건전한 방법으로 자신을 견디고 조이며 산다. 그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나사를 조이듯 헐렁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조이고 견디며 주변을 기웃거리며 사는 것 아닌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다리에 쥐가 나도록 걷기도 하고 홀로 한잔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는 마음껏 울지 못한다. 왜? 바로 앞에 삶이 주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집의 주인이라는 생각은 외로움까지 이를 꽉 다물게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있는 외로움이다.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는 정서적 허기는 나에게도 있다.
신달자(시인)
[살며 사랑하며-신달자] 겨울준비
입력 2014-10-17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