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CEO로서 구글을 이끌었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조너선 로젠버그 전 수석 부사장과 함께 쓴 책이다. 구글이라는 기업의 내면, 구글의 힘을 만들어내는 근육을 드러내 보여준다. 구글은 성장신화뿐만 아니라 내부에 작동하는 독특한 원칙과 원리, 이념 등으로도 관심을 끌어 왔다. ‘구글다움(Googleyness)’이라고 불리는 그 내부적 특징들은 구글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회사로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2002년 5월의 어느 금요일 오후,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검색 시 원치 않는 광고가 따라 나오는 페이지를 인쇄해서 사내 주방 벽 게시판에 붙여놓았다. 그 위에는 “이런 광고는 너절해!”라고 써놓았다. 그 다음 주 월요일 새벽, 검색 엔지니어 중 한 명이 래리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거기에는 문제의 상세한 분석과 함께 해결책이 들어 있었다. 그와 몇몇 동료가 래리의 평가에 공감했고 주말에 모여 대책을 찾아봤다는 설명과 함께. 심지어 그들은 이 문제에 책임이 있는 광고팀 소속도 아니었다.
이 에피소드는 구글이 왜 사람에 집착하는지 알게 한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smart creative). 이 말은 책 전체에서 수없이 반복된다. 이 책의 키워드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전문성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들을 뽑아서 그들이 맘껏 일하게 하라, 그러면 그들이 알아서 방법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구글이 말하는 전문성과 창의력을 지난 인재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은 리스크를 떠맡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은 역할 규정이나 조직의 구조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사실 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도하도록 권장 받는다. 그리고 어떤 결정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말없이 가만있지 않는다.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기술적 깊이와 사업감각, 창의적인 안목이 결합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기존의 기업 환경에서 기피하던 인재형이다. 구글이 다른 것은 인재를 보는 눈만이 아니다. 기존의 기업문화나 경영전술은 구글에서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이 책에서 경영대학원은 여러 차례 조롱조로 묘사된다. 전통적인 경영대학원의 사고방식, 100년 전 사고방식, 20세기에 배운 것들, 이런 식이다.
구글은 평범함과 점진주의를 노골적으로 경멸한다. 반면에 혼란이나 이단, 실패 같은 단어에는 무척 우호적이다. “혼란이 미덕”이라고 하고, 시장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고, 전문가를 뽑지 말라고 한다. 장난 같은 구호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너무나 유명해진 구글의 이념이다. ‘경쟁에 치중하지 말라’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경쟁에 집착하는 태도는 끝없는 평범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경쟁에 집중하다 보면 여러분은 결코 진정한 혁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과 상대 경쟁사가 시장점유율의 자투리를 놓고 열심히 싸우는 사이에 이와 상관없는 누군가가 비집고 들어와 완전히 판도를 뒤집어엎는 새로운 플랫폼을 건설할 것이다.”
구글은 새로운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조어를 만들어냈다. ‘재직기간중심회사’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재직기간이 오래 된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내는 현실을 비꼰 말이다. ‘반대할 의무’라는 말은 실력주의가 자리 잡으려면 반대할 권리를 넘어 반대할 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7의 규칙’도 있다. 한 명의 권리자는 일곱 명 이상의 부하 직원을 거느린다는 인사 원칙인데, 부하 직원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많아져야 관리자의 감독이 줄고 직원의 자유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구글이라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사람과 관계,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혼란이 미덕’ ‘경쟁 치중말라’… 상식파괴가 구글 키웠다
입력 2014-10-17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