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단순한 타격폼이 최다안타新 세웠다

입력 2014-10-16 03:59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25)이 1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99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꿈의 200안타’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서건창이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그의 특이한 타격폼 때문이다. 마치 소녀처럼 잔뜩 웅크린 자세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배트를 휘두르는 그의 타격폼 때문에 슬럼프 없이 시즌 내내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건창의 타격폼은 도전 정신과 피나는 노력 끝에 얻어진 산물이다. 2012년 신인왕과 함께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신고선수 신화를 쓴 서건창은 이듬해에는 부상과 슬럼프로 주춤했다. 또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구로 시즌 후반엔 체력적인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절치부심한 서건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길렀다. 그리고 달라진 타격폼을 들고 나왔다.

서건창의 타격폼은 다른 타자들과 준비 자세부터 다르다. 원래 준비 자세에서는 두 다리를 편하게 벌린 채 배트를 몸에 붙이지 않고 약간은 거리를 두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서건창은 양쪽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두 다리를 최대한 모은 채 타석에 선다. 그리고 방망이를 잡은 두 손을 왼쪽 옆구리 쪽에 뒀다가 타격 시 테이크백(스윙 직전에 방망이를 머리 뒤쪽으로 빼는 동작) 없이 그대로 휘두른다.

이 타격폼의 최대 장점은 극도의 단순함이다. 결국 서건창은 배트를 최대한 몸에 붙여놓기 때문에 인앤아웃(In & Out) 스윙이 가능해져 몸쪽 공 대처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바깥쪽 공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기른 손목 힘으로 툭 밀어쳐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서건창은 국내에서 누구보다 공을 가까이에 놓고 치는 타자”라며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타격폼”이라고 평가했다. 또 워낙 단순한 타격폼이라 슬럼프가 생기지 않는 장점도 있다. 실제 서건창은 시즌 내내 꾸준한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4월까지 35개, 5월 39개, 6월 33개, 8월 38개, 올스타 브레이크와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있었던 7월과 9월에도 각각 25개와 11개를 기록했다.

이런 서건창의 타격폼을 따라하는 선수도 생겼다. 바로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24)이다. 정수빈은 타격폼을 바꾼 첫 날인 8월 19일 SK 와이번스전에서 만루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정수빈은 “서건창의 타격폼이 체구나 스타일 면에서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에 그의 타격폼을 따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마치 야구를 전공한 교수처럼 타격을 잘한다는 뜻으로 ‘서 교수’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에 정수빈을 두고 1호 제자가 탄생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