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15일 판문점에서 군사 당국자 간 접촉을 비공개로 개최했다. 2007년 12월 7차 장성급 회담 이후 6년10개월, 2011월 2월 군사실무회담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김영철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대장)이 북측 수석대표로 나왔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우리 군 당국이 지목한 인물이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가 우리 정부 내에서 논의되는 상황에서 그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을 가졌다”며 “최근 발생한 해상 및 육지에서의 충돌 상황에 대한 재발 방지 방안들이 집중 논의됐다”고 말했다. 남북 간에는 지난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는 함정 간 사격전이 있었으며, 10일에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대해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하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하는 교전 사태가 벌어졌다.
접촉에서 북측은 2004년부터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서해경비계선 내에 우리 함정의 진입 금지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언론을 포함한 비방 및 중상을 중지하라고 강력 요구했다. 우리 측은 북측이 NLL을 준수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 특성상 민간단체의 풍선 날리기와 언론을 통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우리 측은 또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을 따졌다. 북측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접촉은 북한이 지난 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낸 전통문에서 긴급회의를 갖자고 제의해 이뤄졌다. 양측은 기존 입장만 확인하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추후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남북 고위급 군사 당국자들이 만났다는 점에서 우리 측이 공개하지 않은 협의 내용이 더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회담은 북측이 비공개를 요구해 우리 측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지난 13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우리 측 고위급 접촉 수석대표인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명의로 북측에 2차 고위급 접촉을 3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갖자고 제의했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남북, 3년8개월 만에 군사 당국자 접촉… 對北전단·NLL 입장차만 확인
입력 2014-10-16 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