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회담-고위급 접촉 ‘투트랙’ 진행… 남북 관계개선 기조 잇는다

입력 2014-10-16 05:40
정부가 15일 판문점에서 북한과 군사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한데 이어 오는 30일 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안함에 따라 남북 간에 쌓여 있던 여러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2008년 이후 7년간의 대치상황을 최대한 빨리 해소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민감한 군사적 사안은 별도 테이블에서 논의케 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기조가 방해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회담이 투 트랙으로 진행됨에 따라 일단 대북전단(삐라) 살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는 앞으로도 군사회담 쪽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에서는 NLL과 대북전단이 주된 의제가 됐다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전했다. 양측은 추후 일정을 잡지는 않았지만 탐색전을 거친 만큼 조만간 군사회담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군사회담이 지난 7일 서해에서의 남북 함정 간 사격전 이후 북측 제안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북측이 NLL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북전단 역시 북측 요구사항이어서 우리가 얻을 게 별로 없다. 따라서 군사회담은 자체 성과보다는 30일부터 열리는 2차 고위급 접촉의 상황 진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

우리 측이 군사회담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 책임을 거론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양측이 고위급 접촉에서 접점을 찾을 경우 남북관계는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5·24조치 해제 문제도 남북이 진정성 있는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고위급 접촉에서는 비교적 합의가 쉬운 의제들부터 다룰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제2개성공단 건설 등 경제 분과 문제들도 테이블에 올려질 수 있다.

군사회담과 달리 고위급 접촉에서는 ‘빅딜’이 이뤄질 수도 있다. 가령 우리 측이 대북 지원에서 전향적 입장을 보이는 대신 북측은 이산상봉 문제를 양보하는 식이다.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경우 정상회담 의제도 언급될 수 있고 군사회담 진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북전단이나 서해상에서의 또 다른 우발적 충돌 등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 전체 회담 분위기를 그르칠 수 있다. 때문에 남북이 상황관리를 얼마나 잘해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군사회담을 우발적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각에서 지난 4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실세 대표단의 방남(訪南)으로 2차 고위급 접촉이 합의되는 등 남북 간 유화 분위기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반발을 달래는 차원에서 군사회담이 추가로 추진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