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든 20대 주부가 아들과 함께 숨졌다.
15일 오전 7시40분쯤 전북 부안군 동진면 당산리 최모(29·여)씨 집에서 불이 났다.
당시 집 안에서는 최씨와 큰아들(10), 둘째아들(8), 막내아들(5) 등 4명이 있었다. 단란한 3형제의 아버지 박모(44)씨는 집에서 500여m 떨어진 직장으로 출근을 한 뒤였다.
남편을 배웅한 최씨는 잠시 다시 눈을 붙였고 초등학생인 큰아들과 둘째아들도 잠을 자고 있었다.
둘째아들이 어슴푸레한 불빛과 열기를 느끼고 눈을 떴다. 둘째아들은 가족들을 깨웠다. 경황이 없던 어머니 최씨는 큰아들과 둘째아들의 손을 잡고 재빨리 집 밖으로 빠져 나왔다.
잠시 후 최씨는 재롱둥이 막내아들이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씨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불길에 휩싸인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내아들을 데리러 불길 속으로 되돌아간 최씨의 모습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최씨는 안방에서 울먹이던 아들을 발견했지만 집 전체로 불길이 번져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을 탄 불길은 20여분 만에 집을 모두 태울 만큼 거셌고 화마에 갇힌 최씨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미처 집을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내부가 목조로 꾸며진 최씨의 집은 화재에 상대적으로 약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고 집안에 진입했을 당시 두 모자는 안방 침대에서 모포를 뒤집어쓴 채 나란히 숨져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일부 소방관은 눈물을 흘렸다.
현장 감식을 벌인 경찰은 “최씨와 아들의 몸에서 일산화탄소 반응이 나왔다”며 “연기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막내아들이 불이 나기 전 안방 침대에 깔린 이불 위에서 라이터를 가지고 놀았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막내가 아직 집안에’… 엄마는 불길로 뛰어들었다
입력 2014-10-16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