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옷 못 갈아입은 서예박물관 위해…” 원로배우 박정자, 리모델링 기금 마련 ‘낭독 콘서트’ 열어

입력 2014-10-16 02:21

원로배우 박정자(72·사진)는 관객에게 문학작품 등을 읽어주는 ‘낭독 콘서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이번에 의외의 낭독 콘서트를 마련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리모델링 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다.

박정자는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예박물관은 20여년간 한 번도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마침내 리모델링에 들어가는데 작은 마음이라도 보태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예 공부도 안 해봤고 붓글씨를 써본 적 없지만 멋진 글씨를 볼 때마다 굉장히 감동했다”고 선뜻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1988년 문을 연 서예박물관은 내년 1년간 국고 90억원과 자체 조달액 30억원 등 1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글자(書)를 토대로 문자예술뿐 아니라 폭넓은 시각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한다는 취지다.

예술의전당은 자체 조달 기금 10억원 마련을 목표로 내달까지 공연과 전시, 경매, 포럼, 세미나 등 행사를 이어간다. 이번 낭독 콘서트는 ‘아트 옥션-서로書로’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행사 가운데 첫 번째다.

박정자는 김별아 작가의 ‘영영이별 영이별’을 들려줄 예정이다. 15세에 조선 단종의 왕후가 됐다가 세조가 왕위를 찬탈한 이후 기구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비운의 여인 정순왕후가 이승을 떠나면서 털어놓는 굴곡진 세월을 풀어낸 작품이다. 박정자는 “무대에 걸리는 서용선 화백의 단종 그림도 당시 역사적 배경을 한눈에 그대로 이해하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국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박 선생님의 목소리는 서예로 치면 먹을 듬뿍 묻혀 천천히, 몸을 붓 삼아 성정과 기질을 그대로 담아 그리는 것 같다”며 “기금 마련에 기꺼이 동참해주시는 데는 서예를 살린다는 점 이상으로 예술의 본래 정신을 되돌리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콘서트는 25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음악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박정자와 해금 연주자 강은일은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 수익은 전액 리모델링 기금으로 쓰인다. 전석 3만5000원(02-580-1300).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