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사상 최저 2%로 인하] “소비·투자 늘지 않을 것”-“경제주체 심리 회복에 영향”

입력 2014-10-16 02:48

한국은행이 15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로 금리를 낮췄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엇갈린다. 비판적인 시각은 가계와 기업이 현재 금리 수준이 높아서 소비와 투자를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경제주체의 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쳐 결국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시장 일각에선 저금리 상황에서도 투자가 늘지 않는 현상을 두고 한국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는다. 유동성 함정이란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1990년대 일본은 제로금리 정책을 폈지만 소비·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이에 따라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가계의 소비가 살아나거나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정책동향분석실장은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금융기관의 여·수신 금리가 따라 움직이지만 이것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는 약하다”며 “기업과 가계가 경기 개선을 불투명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빨라봐야 6개월 이후 나타난다”며 “금리 인하 효과는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금리 인하로 인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대출금리가 연쇄적으로 낮아지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대출 상환 여력을 늘려주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출 이자가 낮아지는 만큼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은 더 커진다.

반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급격한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지만 가계 대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을 달지 않았다. 생활비나 사업자금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개인파산이 늘어나거나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는 한은에 낙관적 전망으로 인한 경기 전망의 신뢰성 하락과 정책 주도권의 상실을 가져왔다”며 “결국 정책 신뢰성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예상된 행보지만 향후 국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이탈 우려와 부채문제 등 저금리에 대한 지속적인 부담감 등을 고려할 때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내려도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메커니즘에 따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경제주체의 심리회복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은 경계 대상으로 꼽혔다. 국내외 금리 격차가 줄어들수록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유로존 위기 우려가 대두하면서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화가치 절하에 대한 기대감이 강해질 경우 환차익을 고려해 자금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선정수 천지우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