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기독인들, 민병대로 마을 지킨다

입력 2014-10-16 02:51
이라크 기독 민병대원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소총으로 무장한 모습. 대원들의 뒤쪽 건물에는 이라크 기독당 ‘아시리안민주운동(ADM)’의 상징물이 그려져 있다. 독일의 소리 홈페이지

이라크 기독교인들이 민병대를 조직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 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맞서 고대 기독교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독일 국제방송 ‘독일의 소리(DW)’가 최근 보도했다.

DW는 민병대의 도움으로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서 50㎞ 떨어진 기독교 마을 알쿠시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알쿠시는 이라크 초기 기독교인인 아시리아 기독교인들이 2000여년 전부터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곳이다.

DW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주일 예배 때 멈춘 교회의 종이 최근부터 간간이 울렸고 가게 주인들은 좌판을 다시 펼쳤다. 자동차도 드문드문 거리를 운행하고 있다. IS를 피해 마을을 떠났던 기독교인들이 서서히 알쿠시로 돌아오는 것은 기독 민병대 덕분이다. 마을 기독교인 100여명은 소총과 단검으로 무장하고 자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을을 순찰하고 있다. ‘마을 수비대’를 자청한 이들은 이라크 기독당인 ‘아시리안민주운동(ADM)’의 기독 민병대 소속으로 알려졌다. ADM에 따르면 2000명이 기독 민병대에 지원했다.

알쿠시는 지난 8월 초 IS가 인근 마을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황량해졌다. 이후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군이 여러 기독교 마을에서 퇴각하자 알쿠시 주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주민 대부분은 IS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군은 이달 초 알쿠시의 15㎞ 외곽에 병력을 다시 배치했다. 이에 힘입어 알쿠시를 지키는 기독 민병대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기독 민병대 훈련을 담당하는 이라크군 전 간부는 “IS보다 병력 규모가 작지만 우리의 믿음은 누구보다 크고 확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변한 무기 없이 IS 무장대원에 맞서야 하는 알쿠시 현장에서는 “여권만 생기면 가족과 함께 다른 나라로 떠나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기독 정치인인 야쿠브 야코 ADM 의원은 “기독교인 등 소수 민족이 민병대를 구성해 자신들을 스스로 지키고 있지만 분산된 조직으로 IS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국제 사회의 공조와 지원을 촉구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