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15일 판문점에서 군사 당국자 접촉을 가졌다. 당국자들은 최근의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문제를 놓고 격하게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특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추후 접촉 일정도 잡지 못했다고 발표했지만 접촉이 오전 10시에 시작돼 오후 3시10분까지 진행된 점을 감안해 볼 때 다양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갖기로 한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도 의사를 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관계는 북한 실세 3인방의 전격적인 인천 방문을 계기로 해빙 무드를 맞았으나 대북전단에 대한 북의 고사총 사격과 북 경비정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침범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군사적 충돌이 계속될 경우 고위급 접촉은 성사되기 어렵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24조치 해제의 전향적 검토를 시사한 데 이어 군사 당국자 접촉이 이뤄짐으로써 큰 틀에선 대화 분위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느낌을 준다.
과거 남북관계를 돌이켜보면 북한 군부가 반대할 경우 남북 간 대화나 교류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군정치를 하는 북한 정권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남북 군부가 당국자 접촉을 통해 서로에 대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해소했다면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건강이상설과 쿠데타설이 나돌았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도 고위급 접촉 성사 가능성을 높여준다.
우리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잘 살려나가야겠다. 이번에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남북관계는 상당 기간 경색될 수밖에 없다. 고위급 접촉을 통해 남북 정상의 관계개선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을 토대로 장관급 회담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채널의 장관급 회담을 해야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각종 대북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남북대화 활성화가 필수다.
남북은 고위급 접촉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호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우리는 북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경우 회담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전하면서도 일단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면 5·24조치를 포함해 북이 원하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대화가 단절됐기 때문에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 없는 대화는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설]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합의점 찾지 못했지만
입력 2014-10-16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