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킹크랩’ 가격 절반 폭락 까닭은… 현대판 허생탓?

입력 2014-10-16 03:44

제철을 맞은 킹크랩(왕게)이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킹크랩을 잔뜩 사재기했던 한 ‘현대판 허생(매점매석으로 축재한 박지원 소설 ‘허생전’의 주인공)’이 판매에 실패하자 확보한 물량을 헐값에 처분하고 있어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15일 현재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킹크랩은 최상급 기준으로 ㎏당 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크기가 작은 중·상급 킹크랩도 ㎏당 2만7000∼3만원이다. 송파구 가락시장 등 다른 수산시장에서도 킹크랩 소매가는 ㎏당 3만∼4만원에 형성돼 있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의 한 상인은 “원래 ㎏당 6만원은 받아야 할 물건들인데 반값에 팔리고 있다”며 “보통 한 주에 20∼30t인 킹크랩 공급량이 70∼100t으로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공급량 증가가 한 수입업자의 돌발행동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상인은 “올해 킹크랩이 많이 잡히기도 했지만 강원도 동해항 쪽 수입업자 한 명이 무려 200t을 사들였다가 재고가 늘어나 창고에서 죽어 나가자 거의 원가 수준으로 물량을 처분하고 있다”면서 “다른 수입업자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물량을 헐값에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상인은 “수입업자 한 명이 킹크랩을 독점하자 이에 반발한 중간상인들이 단체로 불매운동에 나서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킹크랩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었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한 상인은 “예전에 한 마리 먹을 값으로 지금은 두 마리를 먹을 수 있다지만 그동안 수입원가에 비해 비싸게 팔렸던 건 사실”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킹크랩 가격이 바로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