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질주하는데 ‘개콘’은 짝퉁 고민

입력 2014-10-16 02:34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중국판인 ‘런닝맨 차이나-달려라 형제’의 홍보용 포스터. SBS와 중국 절강위성TV가 공동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일 첫 방송에서 중국 내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SBS 제공

국내 인기 방송 콘텐츠가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공동 제작 형태로 재생산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SBS는 15일 중국 절강위성 TV와 공동 제작중인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차이나-달려라 형제’의 시청률이 1.149%(중국 50개 도시 시청률인 CSM50 기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0일부터 전파를 탄 ‘런닝맨 차이나’는 ‘런닝맨’의 포맷을 그대로 차용하고 국내 출연자인 가수 김종국(37)이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현지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중국 톱스타인 덩차오, 안젤라 베이비 등 출연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100여개가 넘는 채널을 보유한 중국에서 첫방송이 시청률 1%를 넘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방송 후 12시간 만에 138만 건의 동영상 조회수도 기록했다.

그간 KBS의 ‘1박 2일’, MBC의 ‘나는 가수다’, tvN의 ‘꽃보다 청춘’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미 포맷 수출 형식으로 공동 제작돼 중국 등 아시아권에 진출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드라마 콘텐츠의 경우도 지난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몰고 온 돌풍의 여세를 이어가며 순항중이다. 한류스타 비(본명 정지훈)와 걸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이 출연하는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방송 19일 만인 지난 5일 동영상 사이트 투도우 등에서 1억 건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 제작자와 방송사들 사이에선 국내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낀 중국산 ‘짝퉁 프로그램’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된 중국 강소위성TV의 개그 프로그램 ‘이치 라이 샤오바(모두 함께 웃어요 라는 뜻)’는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시청률의 제왕’을 구성과 제목까지 그대로 갖다 써 항의를 받았다. KBS 관계자는 “상해동방TV와 ‘개그콘서트’의 공동제작 계약을 한 상황에서 강소위성TV측에서 ‘시청률의 제왕’ ‘렛잇비’ 등 개그콘서트의 코너를 베낀 것”이라며 “항의 후 방송분에서는 빠졌지만 계속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SBS ‘웃찾사’의 코너도 일부 베껴 현재 분쟁 중에 있다.

드라마 쪽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와 ‘상속자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현지에선 ‘별에서 온 상속자들’이란 제목으로 드라마를 제작해 지난달부터 방송에 나섰다.

청나라에서 30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21세기로 온 남자주인공이 대기업 상속자가 돼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별그대’의 남자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과 ‘상속자들’의 남자 주인공 김탄(이민호 분)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섞어 빈축을 사고 있다.

눈에 보이게 베끼기가 성행하고 있지만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취약한 콘텐츠 보호망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관계 당국에서도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