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공단, 가입자 정보 잇단 무단 조회… 말다툼했던 민원인부터 조카 회사 사장까지 엿봐

입력 2014-10-16 03:11
국민연금공단 서울 지역 지사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2월 어느 토요일 직장에 나와 근무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파차’를 주문했다. 그는 배송을 독촉하려고 업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휴무일이어서 통화가 되지 않자 이 쇼핑몰의 사업장 자격원부와 징수원부, 대표자 개인정보 등을 무단 열람했다. 감찰 조사에 걸린 A씨의 변명은 황당했다. “예전에도 주문 상품을 배송받지 못해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 “몸이 아파 약초를 빨리 사야겠다는 생각만 앞섰다”고 했다. 그는 감봉 3개월 처분만 받은 채 여전히 공단 지사에 근무 중이다.

경북 김천에서 근무하던 B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조카가 실직하자 본인 동의도 없이 가입자 자격원부와 조카가 다니던 회사 사장의 개인정보까지 들춰봤다. 조카를 돕고 싶은 마음에 월 소득이 얼마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는 동생이 향후 받을 수 있는 예상 연금까지 조회했다.

말다툼한 민원인의 신상정보를 들춰본 어이없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의 한 지사에서 근무하던 C씨는 2011년 민원인과 전화 통화로 말다툼을 벌인 뒤 그의 개인 신상정보와 보험료 납부 내역이 담긴 가입자 자격원부는 물론 기초정보일반사항과 세대 구성원, 사업자등록 내역, 과세소득 내역까지 열람했다. C씨는 열람 이력이 남는 것을 우려해 연금업무시스템(NPIS) 평생고객 상담 내역에 ‘행방불명·폐업 시 납부예외 관련 사항을 문의해와 안내했음’ ‘배우자 관계 확인’이라고 허위로 기입했다. C씨는 공단의 자체 수시감사에서 이 사실이 적발돼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이 가입자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하다 적발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15일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개인정보 무단열람 징계 사례에는 공단 직원들이 사적인 용도 또는 ‘단순 호기심’ 때문에 가입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들춰보는 몰지각한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공단은 2011년에도 일부 직원들이 자신의 ‘소개팅녀’ 신상정보를 들여다보고, 유명 연예인 개인정보를 몰래 열람하다 적발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공단에는 사실상 경제활동인구 전체의 개인 및 사업자 정보가 기록돼 있다. 가입자들의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주소, 전화번호, 부양가족, 직장과 소득 등 정보의 민감성도 크다.

김 의원은 “매년 반복적으로 이런 일이 연금공단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밝혀지지 않은 개인정보 유출이 더 있을 수 있는 만큼 전수조사 등 철저한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