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고독사 다룬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입력 2014-10-17 02:07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1977년 민음사에서 제정돼 이문열 한수산 등을 배출한 상이다. 작가 김기창(36)은 이 장편소설을 통해 등단한 신인이다. 그는 ‘고독사’라는 실존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개성 있는 인물을 내세워 짧은 문장들로 표현했다. 시니컬하고 염세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주인공 ‘노인’의 철학적인 말과 신선한 비유들은 한국문학에 흔치 않은 영역인 블랙유머를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모나코’의 주인공은 좋은 집에 돈도 많고 취향도 고급인 할아버지. 다 가졌는데 살아야 할 이유만 없는 까다롭고 마초적인 노인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작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은 가사도우미 ‘덕’과 아내 같고 친구 같고 딸 같은 사이로 지낸다. 그러던 중 이웃의 젊은 미혼모 ‘진’을 좋아하게 된다. 마른 우물처럼 바닥을 드러냈다고 생각했던 욕망이 꿈틀거리자 노인은 당황한다. 소설은 노인에게 다가온 사랑을 쓸쓸하지만, 유머러스하게 전해준다. 황혼의 로맨스를 통해 노년의 삶 역시 예민하고 격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힘 빠진 수사자는 무리에서 쫓겨나 초원에서 홀로 죽는다. 사자에게는 어울리는 죽음이지만 나약한 인간에게는 더없이 슬픈 죽음이다. 나는 노인의 고독한 죽음을 통해 비정한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줄 수 있겠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