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칼데콧 컬렉션] ‘장식’에 그쳤던 그림을 주연으로… ‘현대 그림책의 아버지’ 작품들 모아

입력 2014-10-17 02:13
영국 작가 랜돌프 칼데콧(1846∼1886)은 ‘현대 그림책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이전의 그림책에서 그림은 원문의 내용을 충실하고 아름답게 전달하는 장식에 불과했다. 칼데콧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그림이 글과 마찬가지로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 여러 페이지를 이어가는 방식도 그가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림책의 피카소’라 불리는 미국 작가 모리스 센닥은 “글이 없는 곳에서는 그림이 말하고, 그림이 없는 곳에서는 글이 말한다. 마치 튀어 오르는 공과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도서관협회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37년 그의 이름을 딴 ‘칼데콧 상’을 제정했다.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나온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한 작품에 시상한다.

‘칼데콧 컬렉션’은 그가 남긴 그림책 전권(총 16권)을 모은 책이다. 그의 모든 그림책이 한 권으로 묶여 나오기는 처음이다.

칼데콧은 그림책을 만들며 당대 문호들의 시, 영국 전래동요,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재로 했다. 그림의 특징은 극도로 절제된 선과 여백의 활용, 적확한 묘사다. 배경이나 인물 외양 묘사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최소한의 선을 사용해 표현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삽화는 ‘존 길핀의 유쾌한 이야기’에 들어있다. 길핀이 죽기 살기로 말을 달리는 바람에 개들이 짖고 오리들이 놀라 달아나고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는 장면(삽화)이다. 칼데콧 상 메달 앞면에 있는 그림이 바로 이것이다. 이종욱 옮김. 4만8000원.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