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정로의 8차로 대로변 고층빌딩 사이에 허름한 5층짜리 녹색 건물이 있다. 최초의 아파트이자 현존하는 최고령 아파트인 ‘충정아파트’다. 1937년 세워졌으니 무려 77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준공 당시 소유주인 도요타(豊田)씨의 이름을 따 ‘도요타 아파트’ 또는 ‘풍전아파트’로 불리다 6·25전쟁 뒤엔 미군 소유의 ‘트래머호텔’에 이어 박정희정부 소유의 ‘코리아관광호텔’로 바뀌었다. 1975년 원래대로 아파트로 용도가 변경됐다.
단지(團地) 개념이 처음 도입된 아파트는 64년 완공된 서울 마포아파트다. 이후 우리나라 아파트는 진화를 거듭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토대로 70년대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고층·중대형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80년대 2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탄생했고, 대단지 아파트도 전국 곳곳에 들어섰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50층이 넘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현재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은 50%를 육박하고 있다. 아파트가 주거문화의 대세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아파트 경비원이다. 그래서 명절 때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며 정을 나눴던 풍경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파트 경비원 수난 시대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경비원 분신자살 기도 사건을 계기로 경비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입주민들로부터 폭언을 듣는 경우는 다반사고, 폭행을 당하거나 흉기로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입주민들이 갑(甲)의 지위를 악용해 ‘을(乙) 중의 을’인 경비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60대인데다 비정규직인 경비원들은 언제 일자리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속으로 삭이기 일쑤다. 우리 사회의 부끄럽고 우울한 민낯이다. 입주민은 물론 사회 전체가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 삶의 의욕을 북돋워줘야 한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한마당-김진홍] 아파트 경비원 수난시대
입력 2014-10-16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