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단풍…노란 은행… 하얀 억새… 가을미인 모두 모였다

입력 2014-10-16 02:01
충남 보령 청라은행마을의 고택을 둘러싼 은행나무와 돌담 안팎에 떨어진 은행잎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단풍과 석양에 붉게 물든 대둔산 정상 너머로 운무를 담고 있는 충남 논산의 낮은 산들이 중중첩첩 펼쳐지고 있다. 충남도 제공
오서산 정상을 수놓은 억새 군락 너머로 충남 보령과 홍성의 황금들판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충남도 제공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한 충북 제천 금수산. 충북도 제공
은행나무 반영이 예쁜 충북 괴산의 양곡저수지. 충북도 제공
설악산에서 출발한 단풍이 잰걸음으로 오대산을 거쳐 충청도를 향하고 있다. 단풍은 이번 주말부터 월악산을 비롯한 충청도 산하를 오색으로 수놓기 시작해 26∼30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가을을 황홀하게 채색하는 것은 단풍뿐이 아니다. 저수지를 노랗게 물들인 은행나무와 산봉우리를 은빛으로 염색한 억새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 수도권에서 하루쯤 짬을 내 다녀올 수 있는 충청도의 가을산과 마을을 미리 가본다.

금수산(충북 제천·단양)

제천과 단양에 걸쳐 있는 금수산(1016m)은 중부권에서 가장 먼저 단풍을 맞이하는 산이다. 월악산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한 금수산은 산능선이 마치 미녀가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해 미녀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원래는 백암산으로 불렸으나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을 때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금수산(錦繡山)으로 개칭했다.

금수산 최고의 단풍 명소는 용담폭포와 선녀탕으로 수산면의 상천리 백운동마을에서 가깝다. 청풍호반을 끼고 있는 백운동마을은 산수유로 유명한 산골마을로 제천 자드락길 4코스의 종점.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 열매가 점묘화를 그리는 마을로 충북 최초의 슬로시티로 이름을 올렸다.

용담폭포와 상탕, 중탕, 하탕으로 이루어진 선녀탕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계곡을 건너 폭포 왼쪽 뒤로 이어진 바위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암벽 등반하듯 10분 정도 암릉을 오르면 용담폭포와 선녀탕, 그리고 오색 단풍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청라은행마을(충남 보령)

청라은행마을은 토종 은행나무 1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농촌마을이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큰 은행나무 군락지로서는 둘째라면 서러운 곳이다. 마을을 둘러싼 은행나무 둘레길은 해마다 이맘때면 노란색 은행잎과 고택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청라면 장현리 688번지의 신경섭가옥은 청라은행마을의 절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조선시대 후기 한식가옥인 신경섭가옥 주변으로 겹겹이 둘러싼 노란 은행나무가 멋스러운 돌담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눈이 부신 노란 은행나무들을 배경으로 다음 달 1∼2일 축제도 열린다.

보령에서 멀지 않은 아산은 올해 처음으로 현충사 앞 은행나무 길을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한다. 은행나무 길은 1967년 준공된 도로로 현충사 건립 전후에 심은 365그루의 은행나무 고목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른 아침 곡교천에서 피어오른 물안개와 은행나무의 반영이 환상적이다.

대둔산(충남 논산)

충남 논산과 전북 완주에 걸쳐 있는 대둔산(878m)은 ‘남한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대둔산은 군지계곡, 수락폭포, 마천대, 선녀폭포, 낙조대, 수락계곡 등 다양한 볼거리와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논산 벌곡면 수락리의 관리사무소를 지나 오르는 대둔산 산행길은 입구부터 절경의 연속이다. 수락계곡에서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까지는 2시간 거리로 군지계곡을 지나면 절벽에 철다리로 220계단을 만들어 놓아 짜릿한 스릴감을 맛보게 한다. 특히 벌곡면 쪽의 수락계곡은 1㎞ 정도의 깎아지른 절벽과 저녁 햇살에 물든 기암괴석의 절경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완주에서 대둔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보는 단풍산의 풍경도 아름답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바다를 건너 아찔한 금강구름다리 위에 서면 암벽들 사이를 수놓은 단풍이 오색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 마천대는 논산과 완주 일대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명소로 단풍과 어우러진 늘 푸른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양곡저수지(충북 괴산)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괴산군 문광면 양곡1리에는 가을에 더욱 돋보이는 양곡저수지 은행나무 길이라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 양곡1리 마을 진입로 400m 양쪽 가로변에 뿌리를 내린 100여 그루의 은행나무는 양곡저수지에 비친 반영이 회화기법 중 하나인 데칼코마니가 떠오를 정도로 황홀해 전국 사진 동호인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비밀’에서 지성과 황정음이 만나는 길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던 양곡리 은행나무 길은 최근 괴산군의 ‘황금빛 에코로드 명소화 사업’으로 2㎞가 넘는 구간에 추가로 은행나무를 심으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더욱 잦아졌다. 양곡리 은행나무 길은 이번 주말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괴산은 물속에 잠긴 산막이옛길의 연하구곡을 비롯해 선유구곡, 화양구곡, 쌍곡구곡, 갈은구곡 등 구곡(九曲)이 유난히 많은 고장이다. 청천면 화양리에 위치한 화양구곡은 조선시대 대학자 우암 송시열이 산수를 사랑하며 은거한 곳으로 화양천을 따라 3㎞에 걸쳐 단풍이 아름답다.

오서산(충남 홍성·보령)

충남의 3대 명산 중 하나인 오서산(791m)은 억새여행의 고전(古典)으로 통한다.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등대 역할을 해 ‘서해의 등대산’으로도 불리는 오서산은 장항선 광천역에서 불과 4㎞ 거리에 위치해 열차를 이용한 산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오서산 등산의 백미는 7부 능선부터 서해바다를 조망하는 상쾌함과 후련함이다. 산 아래로는 질펀한 해안평야와 푸른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언제나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정암사에서 정상까지 구간은 가파르면서 군데군데 바윗길이 자리해 약 1시간 동안 산행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어 동호인들이나 가족 등반객들이 많이 찾는다.

오서산 정상 2㎞ 구간을 하얗게 뒤덮은 억새밭은 한 폭의 수채화와 다름없다. 특히 해질녘 황금색으로 물든 억새와 서해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의 조화는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황홀하다. 홍성 광천의 상담주차장에서 정암사-오서정-정상-오서정-상담마을 4시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