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코스타리카의 압박에 질식했다. 태극전사들은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공의 흐름은 뻑뻑했다. ‘코스타리카처럼 압박이 좋은 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좋은 교훈을 얻은 패배였다.
한국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1대 3으로 패했다. 지난 10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대 0 승리를 거둔 슈틸리케호는 이날 패배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이제 겨우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조합을 실험했고,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남미의 강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이동국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웠다. 처진 스트라이커엔 파라과이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은 남태희를 선택했다. 좌우 날개엔 손흥민과 이청용이 출격한 가운데 중원은 기성용과 장현수가 맡았다. 포백라인은 박주호-김영권-김주영-차두리가 지켰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에게 돌아갔다.
양 팀은 스타일이 비슷했다. 점유율 축구를 구사했고, 서로를 강하게 압박했다. 경기 초반 양 팀은 좀처럼 주도권을 가져가지 못했다. 전반 15분 변수가 발생했다. 박주호가 상대 선수의 태클에 오른쪽 발목을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간 것. 이후 코스타리카의 공격이 날카로워졌다.
전반 36분 한국은 선제골을 허용했다. 코스타리카의 수비형 미드필더 셀소 보르헤스는 동료가 헤딩으로 어시스트를 건네주자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문 왼쪽 하단을 뚫었다.
전반 41분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기성용이 코스타리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김민우가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골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튕겨 나왔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45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이 상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낮은 크로스를 날리자 이동국이 오른발을 갖다대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또 보르헤스에게 골을 헌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스타리카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원 사령관’ 기성용을 전방으로 올렸다. 선수들에게 좌우 공간을 폭넓게 활용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거짓말처럼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한국은 주도권을 잡은 채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32분 오른쪽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한 골을 더 내주고 말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졌지만 패배자는 아니다. 오늘 결과가 부정적이지만 우리는 항상 힘과 의지를 갖췄고, 더 노력할 수 있는 팀”이라며 “결과에 승복하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대한민국 ‘슈틸리케 실험’수비가 문제
입력 2014-10-15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