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치수 이화여대 명예교수 별세

입력 2014-10-15 03:53

문학평론가 김치수(사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1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74세. 고인은 ‘문단의 한글세대’를 이끌며 본격적인 문학 비평에 나섰던 4·19세대의 선두주자였다.

1940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프랑스 프로방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시절인 63년 문학평론가 소설가 김승옥, 고(故) 김현, 고 최하림 시인과 함께 한글세대 최초의 동인지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다. ‘한글세대’란 광복을 앞두고 태어나 처음으로 한글로만 교육을 받았던 세대. 이들이 등장하면서 한국문학은 비로소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70년에는 김병익, 김주연, 김현과 함께 계간지 ‘문학과지성’을 창간, 이른바 4K의 한 명으로 한국문학 비평계에 한 획을 그었다.

저서로 ‘한국소설의 공간’ ‘문학사회학을 위하여’ ‘구조주의와 문학비평’ ‘박경리와 이청준’ ‘문학과 비평의 구조’ ‘공감의 비평을 위하여’ ‘상처와 치유’ 등을 남겼다. 특히 94년 한국기호학회 설립을 주도하며 전 세계 인문·사회과학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친 기호학 이론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 기호학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폭을 넓혔다.

고인은 부산대, 한국외대 조교수 등을 거쳐 1986년부터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으며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프랑스 문화학술공로훈장 기사장, 옥조근정훈장, 대산문학상,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최근에는 막역지우였던 김현을 기리는 김현문학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아 의욕적으로 추모 사업을 진행해 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안정환씨와 아들 용대(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용욱(뉴욕 맨해튼칼리지 토목공학과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17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양평 추모공원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